유럽통화기구(EMI)가 공식 출범했다. 유럽단일 통화와 유럽중앙은행
창설로로 가는 장정의 2단계 일정이 막이오른 것이다.

EMI는 11일 하오 프랑크푸르트에서 역사적인 첫회의를 열어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랑팔뤼시 EMI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유럽
중앙은행의 설립과 단일통화를 위한 기술적문제 연구를 EMI의 2대과제로
제시했다.

첫회의에서 EMI는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모리스 도일씨를
부총재로 선출하고 EMI본부구성과 조직등 행정적 문제들을 토의했다.
현재 바젤에 있는 EMI사무국도 오는 6월께 30명의 전문요원들과 함께
프랑크푸르트로 옮겨오기로 했다. 사무국인원은 연말까지는 2백명선의
진용을 갖출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정 준수에도 불구하고 EMI의 앞날을 낙관하고 축하
하는 분위기는 적다. 랑팔뤼시 총재 역시 이날의 기자회견에서 EMI의
역할과 기능이 대단히 모호하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프랑크푸르트 회의에 참가한 유럽연합(EU)12개회원국의 중앙은행
총재들도 EMI에 유럽중앙은행으로서의 권위를 실질적으로 부여하기를
망설이는 입장을 내비쳤다.

분데스방크의 한스 티트마이어 총재는 빨라도 97년 이전까지는 3단계
통화통합은 없다고 선을 긋고있다. 그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독일의
통화관리는 여전히 분데스방크의 권한이자 의무라고 강조해왔다.

게르트 할러 독일 재무차관은 아예 EMI의 간섭을 원치않는다고 직접
화법을 구사하고있다. 사실상 유럽의 기축통화로서 기능하고있는
마르크화의 고위관리자들이 이같은 입장을 보이고있는 형편이어서
여타국의 망설임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프랑스는 EMI의 출범을 앞둔 지난주 중앙은행을 정부로부터 분리
독립시키는 조치를 취하면서 유럽통화기구의 출발에 일격을 가했다.
프랑스는 이자율은 정부의 수중에 두고 통화량 정책은 은행에 떠넘기는
방법을 통해 유럽통화기구의 간섭을 막겠다는 교묘한 우회전략을 취한
셈이다.

영국의 파운드와 이탈리아의 리라는 지난 92년 유럽환율체제(ERM)에서
탈퇴한 이후 복귀하지 않고있다. EU의 주축국들이 이같은 입장에 있어
앞으로의 전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같다.

유럽통합 일정상 통화통합의 데드라인은 오는 99년으로 5년 남짓만을
남기고있다.

통화통합은 지난 89년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신호로 2단계-EMI의 출범
3단계-유럽중앙은행의 설립과 단일통화 도입등으로 일정을 잡고있다.
여기에 유럽환율 체제(ERM)의 정착이 과도적 수단으로 기능하고있다.

유럽 중앙은행의 설립과 단일통화 출범의 전제조건이기도한 고정
환율제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은 92년과 93년 두차례에 걸쳐 심각한
위기를 겪은바 있다.

높은 실업률과 부진한 경제는 회원국들의 정책운신폭을 좁혀놓고있다.
이자율과 인플레정책에서 갈등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7월 ERM체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유럽통화의 위기는 계속되고있다.

유럽 각국은 당시 위기수습을 위해 환율변동폭을 상하 2.5%에서
15%로 확대하는 선에서 타협했었다. 그러나 상하 15%, 합계 30%의
환율변동폭채택은 고정환율제의 포기나 다름없다. 유럽은 아직 당시의
변동폭을 전혀 좁히지 못하고있다.

이같은 환경하에서 EMI는 어떻든 출발의 고고성을 울리게 됐다.
유럽통합의 법적 기초인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유럽각국가들로부터의
독립을 기초로.인플레를 관리하며."라는 식으로 EMI의 의무와 권한을
규정하고있다. EMI의 역할자체에 대한 규정도 대단히 모호한 현실이고
게다가 회원국가들에 대한 강제적인 집행권도없다.

랑팔뤼시 총재는 그러나 유럽각국에 대한 권고권만큼은 확실하게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의 활동여하에 따라서는 유럽내에서
상당한 정치적 무게는 가질수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EMI가 유럽내에서 의외의 조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1보 후퇴 2보 전진의 파도타기식 진행을 보여온 유럽통합의
역사를 염두에 둔다면 EMI의 출발은 역시 단일통화로 가는 큰발을
뗀것이라고 볼수있다.

(정규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