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중순 어느날,김선달이 94년도 첫 라운드에 나섰다. 원래 겨울 골프는
가급적 사양하는 김선달이었지만 그날은 나가야만 할 사정이 있었고 오랜
만에 골프장 냄새도 맡고 싶었다.

첫홀티에서 몸을 풀며 김선달은 "역시 자연은 좋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자락의 희끗희끗한 눈이 신선했고 몸놀림은 둔했지만 코끝에 와닿는 공기
가 왠지 포근했다.

"좋다. 오늘은 산경치나 즐기고 걷는것이나 즐기자. 오랜만에 스윙하며
스코어를 따진다면 내가 바로 도둑놈이다. 스윙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그저 툭툭 치고 열심히 2퍼트로만 막자.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자신에게
화를 내지 말자. 골프야,네 이놈. 내가 새해 첫라운드부터 너에게 농락
당할줄 알았느냐"

그날 김선달은 79타의 베스트스코어를 냈다. 잘될 이유가 전혀없어 "자연
이나 즐긴다"며 골프를 느긋하게 바라보니 골프 자신도 기가죽으며 고개를
숙인 셈이다. 독자들의 새해 첫라운드도 분명 김선달과 같을 것이다.

금년 골프는 바로 당신 손안에 있다.

"해피 뉴 골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