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쌀수입개방에 대한 특별 사과담화를 듣는 국민들의 심정은
쌀수입개방이 이제 완벽하게 기정사실화 됐다는 절망감이었을것 같다. 국정
을 책임지는 최고 통치자가 쌀개방을 더이상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으니 다른 희망을 가질수도 없게 됐다. 쌀수입개방저지는 물건너 간
일이다.

김대통령은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렇게 스케쥴이 잡혀 있는 일을 놓고 불과 며칠전까지 왜 그렇게 딴
목소리를, 그것도 크게 냈느냐 하는 원망의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시비비를 따질 시간도 여유도 없다. 당장 농촌을 구하는 일이 발등
의 뜨거운 불로 떨어졌다.

농업 개방이 우리앞에 가져다 준 가혹하고도 엄연한 현실은 농촌도 국제화
를 해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수 없다는 사실이다. 농촌이 이런
경쟁력을 갖게해야 보다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수 있다.

이 일엔 정부는 좀더 진지한 자세로,기업과 도시민들은 고통을 같이한다는
각오로, 농민들은 아픔을 딛고 일어선다는 의지로 동참해 주어야 한다.

정부는 올해들어 만든 신농정5개년계획도 쌀개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짰을
만큼 농촌문제에 성의없이 접근한 것도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구호에만
그치지 않는 농촌재건계획을 수립, 결단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농민들의 아픔과 불안을 달래줄 성의있는 대책을 내놓고,
장기적으로는 농촌구조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작업이 있어야 한다. 농지
소유상한 재검토등 농업관련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 새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기업은 UR타결로 혜택을 볼수 있는 그룹이다. 그 혜택이 있다면 추가로
얻어지는 이익분은 농공단지에 과감하게 투자해 농촌주민에 취업기회를
늘려주고, 기업농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일본의 농민소득중 95%가 농외
소득으로 얻어지는 것은 기업의 도움이 컷다고 한다.

농민들도 이제는 추곡수매가인상등에 매달리는 자세를 버리고 스스로
경쟁력있는 영농을 찾아 나서야 한다. 지금도 공해로부터 안전한 식품을
찾는 소비자 욕구가 크게 늘고 있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균형있는 농업을
지향하면 우리 농촌이라고 못해낼 일도 없다.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이제 우리 농촌은 원하든 원치 않든 개혁할수밖에 없는 시대앞에 서있다.
어차피 지금의 우리농촌구조는 시대발전에 걸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어
왔다. 그 개혁이 UR로 앞당겨 왔다는 각오로 나설수 밖에 없다. 쌀개방은
분명한 국민적 시련이지만 이를 잘 극복하면 큰 도약과 발전도 일궈낼수
있다. 이 시련앞에 국민모두가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