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5시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희비가 엇갈렸다.국회 앞 시민들은 환호를 보냈다. 1시간 동안 국회 본회의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 소리가 세 번 울려 퍼지자 손뼉을 쳤다. 이들은 "민주주의 만세", "대한민국 만세", "우리가 이겼다" 등 구호를 외쳤다.일부 시민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를 다 함께 외치는 모습도 포착됐다.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여의도 집회에는 20만8000명이 모였다.반면 같은 시간 보수 성향 단체가 집결한 광화문 일대는 적막이 흘렀다. 참가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를 하나둘씩 뜨는 중이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자유통일당,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등이 주최한 집회에는 경찰 추산으로 4만여명이 모였다.연단에 선 전광훈 대국본 의장은 "이번 투표도 가짜다.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을 해체하라. 우리는 반드시 대통령을 지켜낼 것"이라고 외쳤다.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총선도 부정, 당대표 선거도 부정, 대통령 탄핵도 사기다.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를 통과하자, 국민의힘에서 '반대' 입장을 밝혔던 이들은 "지옥문이 열렸다",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또다시 대한민국의 불행이 시작됐다"고 말했다.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참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과 당원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대외적으로 뿐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깊은 상처를 입은 우리 당을 다시 추슬러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재정비하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정당으로 부활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탄핵이라는 지옥문이 다시 열렸다"며 "탄핵을 찬성하고 나서면 자기만은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 착각하는 우리 당 소속 몇몇 의원님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이어 "보수가 단일대오로 나가지 못하고 오합지졸로 전락한 데 대해 저 자신부터 돌아보겠다"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소추안 가결은 유감"이라며 "또다시 헌정 중단 사태를 맞이하게 되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 그지없다"고 밝혔다.이어 "그러나 전쟁은 지금부터"라며 "야당의 폭압적인 의회 운영에서 비롯된 비상계엄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당 지도부는 총사퇴하라"며 한동훈 지도부를 겨냥했다.홍 시장은 "오히려 찬성으로 넘어간 12표를 단속하지 못하고 이재명 2중대를 자처한 한동훈과 레밍들의 반란에 나는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민주당 의원들에게 "아직 승리는 아니다"고 말했다.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앞으로 상당 기간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갈등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며 "책임감 있고 신뢰 주는 민주당과 국회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이 대표의 '승리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어떤 뜻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주권자 뜻이 반영되는 건 승리일 수 있으나 정치권이나 특정 정당 국회의원들의 승리가 아니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노 원내대변인은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결과가 일단은 나왔기 때문에 그에 대해 축하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 해석이 되고 오해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노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가 분출된 광장의 에너지를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며 "주권자 요구를 일상적으로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깨닫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 나온 여당 이탈표에 대해서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이날 표결은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노 원내대변인은 "국민들께 기대했던 수치에는 한참 모자라고,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파악했던 것보다도 조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