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의 보유주식 매각 허용방침은 주식시장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증시안정기금 출범이전 수준까지 올라가는등
활황을 보이자 증시가 3년여에 걸친 침체국면을 벗어나 대세상승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과거 침체기에 "주가떠받치기"에 매달렸던 정책의
방향을 증시의 기본원리 회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대세하락기에 억지로 떠안은 짐을 덜어줌으로써 기관이 증시의
안전판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기관투자가들은 당국의 주가받치기 요구에 따라 사들인 주식이
"짐"이돼 제기능을 할수없는 형편이다.

"증시안정을 위해 억지로 사들인 주식"으로 증권당국이 앞으로 매각해야할
대상으로 꼽은 기관보유물량은 약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새로 늘어난 주식(약2조원)의 3배가 넘는 엄청난 물량이다.

1차매각 대상으로 꼽은 증권사와 투신사의 경우 약4조5천억원 정도에
이른다.

투신사들은 89년말 주식매입자금 무제한 지원을 골자로한 "12.12"조치에
따라 2조7천6백92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지금은 4조원에 이르고 있다.

증권사들도 특별담보대출(특담)을 통해 9천6백26억어치를 사모아 지금까지
4천8백21억원어치를 갖고있다.

은행과 보험사들도 지난해 "8.24"조치에 따라 주식을 판것보다 많이
사들이는 "순매수"를 강요받아 주식보유규모를 9천억원가량 늘렸다.

지난90년5월 설립된 증안기금이 보유한 주식은 4조1천억원에 이른다.

게다가 증권사들이 상품보유한도를 초과해 보유한 주식의 매각유예가
올해말로 끝나 초과분 7천74억원도 매물로 나올 전망이다.

이 물량이 당장 한꺼번에 주식시장에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열양상으로까지 이상급등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단계적으로 매각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다 실제로 당장 팔수있는 물량도
그다지 많지않은 실정이다.

기관은 은행주를 비롯한 금융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 주식의
현주가가 매입가격보다 훨씬 낮아 팔지못할 처지이다.

그러나 기관보유주식매각은 매물규모나 매물화가능성에 관계없이 당장
투자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보유주식이 시장에 나오면 같은 수요에 공급이 늘어 주가가 떨어질 수
밖에 없을 뿐만아니라 정부가 더이상 주가를 억지로 끌어올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알수 있다는 것이다.

<정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