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자당은 지난16일 당정회의를 열고 올해 추곡매입가격을 지난해
보다 3% 올리고 매입량은 900만섬으로 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값을 6%
올리고 960만섬을 매입했던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으로 앞으로 국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추곡수매안의 결정배경에는 정부수매의존에서 벗어나 민간유통기능을
활성화시키며 매입자금도 정부예산의 범위에서 마련하고 양곡증권을 더이상
발행하지 않겠다는 양정개선방침이 강하게 작용했다. 아울러 국내 쌀값이
국제시세보다 훨씬 비싼 점과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농가소득안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문제의식이 정부입장에 깔려 있다.

그러나 이렇듯 지당한 정부입장의 반대편에는 참담한 우리네 농촌현실이
있다. 지난 80년이후 가장 심했다는 냉해 피해는 제쳐놓더라도 생산비가
국제수준보다 훨씬 높은데다 무차별적인 시장개방의 압력앞에 무엇을
얼마만큼 심고 키워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길게 볼때 우리농업이 언제까지나 문을 닫아걸고 국제경쟁력을 피할수는
없기 때문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생산비를 낮추고 소비자가 선호하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지금 우리농촌이 너무나
피폐해 있으며 여기에는 그동안의 고도성장기간에 불균형성장전략을
추진하면서 농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한 "원죄"가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오랜 병고로 극도로 쇠약해진 환자에게는 극약처방보다 체력회복이
급한 일이듯이 우리농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과도기적으로 어느정도의 생산비 보전과
소비자부담은 어쩔수 없다고 본다. 물가안정을 위해서 쌀값을 올려서는
안된다는 사고방식은 식생활의 변화와 재정부담을 고려할때 지나친
강박관념이라고 할수 있다. 이점에서 쌀값의 계절변동폭을 7%까지
허용하기로 한 양정개혁안은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또한 재원부족은 이해가 되나 올해 정부예산증가율 13.7% 국방예산증가율
9.6%와 비교할때 굳이 정치논리가 아니라도 추곡가인상률 3%는 너무 낮은
감이 없지않다.

어떠한 이유로도 우리농업을 포기해서는 안되지만 국민경제에 부담만 주는
천덕꾸러기로 내버려 두어서도 곤란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추곡수매논쟁
은 농업구조조정의 관점에서 조정되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