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세계박람회장(엑스포전시장)의 사후활용방안을 놓고 큰 논란이 일
고 있다.
국제전시구역 자연녹지 8만여평을 상업용지로 전환한 뒤 일반에 매각해
상설전시장 운영재단을 설립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세
게 일고 있는가 하면 관할 지방의회인 대전시의회는 이런 정부 방침에 반
대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9일 경실련 주최로 열린 `엑스포 사후관리의 방향'' 공청회에 참석한 여.
야의원과 학계 전문가 등은 "정부의 상업용지 용도변경 방침은 수익성만
앞세운 졸속 결정이며 특정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이 크다"며 백지화
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지원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국제전시구역을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일단 매각하고 나면 이 일대가 위락단지로 바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엑스포공원이 과학기술교육의 장이 아
닌 단순 관광단지로 변하면 20년이나 걸려 막대한 국민세금으로 조성한
인근 대덕연구단지의 쾌적한 연구환경만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오 한남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도 "정부 정책결정이 여론수렴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으며, 일반시민들과 형평에 맞지 않는 등 적잖은 문제점
을 안고 있다"면서 "관람객수라는 외형적 성과에 집착해 엑스포공원의
재개장만 서두를 게 아니라 올바른 개발방향을 엄정히 재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재환 민자당 의원과 김원웅 민주당 의원도 정부 방
침은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국민과학교육의 장''이라는 애초 취지와는 거
리가 멀다며 백지화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내건 상설전시장 보존 취지에는 모두 동감하지만
이를 위해 이 일대를 상업지역으로 만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전시관람료 수입 2백50억여원을 재단에 귀속시키고 토개공의 조성원가
로 땅을 매입할 경우 재단운영을 위한 재정부담이 별로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또 하나의 관광시설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전시장을 사후보
존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엑스포공원은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배우는 과학교육의 산실이 되어야 하므로 수익성부터 생각하는 발상 자체
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국회 엑스포특위에서 여야합의 단계까지 이르렀던 정부
재정지원을 통한 운영재단 설립방안이 갑자기 뒤바뀌고, 운영재단을 반드
시 민간업체에 위탁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넣은 점 등을 들어 특정 재벌
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한 참석자도 현재 한 재벌그룹 직원 2백80여명이 이 지역
에 상주해 있는 등 이 그룹이 운영재단을 맡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
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의회는 지난달 25일 대전시가 올린 국제전시구역도시계획변
경안을 유보시킨 데 이어 1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송석찬 의원 등 13명
이 발의한 이 일대 용도변경 반대결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또 민주당도 다음달초 열리는 엑스포특위에서 운영재단의 정부지원을
가능하게 하고 이 지역의 위락시설 설치 금지를 규정한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