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월드컵축구대표팀감독의 경질을 놓고 국내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 문제를 책임있게 처리해야할 대한축구협회(회장정몽준)가 확실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채 우유부단으로 일관하며 진통만 더해가자 팬들의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표팀 귀국직후 여론이 심상치않음을 감지한 정몽준회장은 코칭스태프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외국인지도자 영입을 거론하는등 발빠른 대응을
보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유보적 입장으로 표변,무수한 잡음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협회는 당초 대표팀 코칭스태프 개편을 내부적으로 결정하고 후임자
물색에 나섰으나 축구계의 복잡한 역학구조에 봉착,외국인지도자
영입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었다.

그러나 외국인지도자 영입조차도 김호감독의 "임기고수"선언에 부딪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축구인들은 물론 관계자들조차 협회의 무소신에
분통을 터뜨리며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여기에다 대표팀 개편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술위원회마저도 8일 전격적인 전원사퇴를 결정, 협회의
우유부단이 축구계의 내홍까지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대표팀으로 인해 야기된 이번 사태에 대해 대표팀을
선발하는데 간여한 실무위원들로서 책임을 느껴 전원사퇴키로 했다"고
표면적인 이유를 밝히고 있으나 그보다는 감독유임 교체 외국인 지도자
영입 유보로 갈팡질팡하는 협회의 태도에 더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인들은 김호감독에 대한 교체 여론이 사그러들기는 커녕 갈수록 더
크게 일고 있음에도 불구,협회가 이를 애써 외면하며 주변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하는 느낌을 주고 있어 팬들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축구인들은 협회가 여론을 무시한채 이쪽저쪽 소수의 의견만 듣고
그때마다 방침을 바꾸는듯한 태도를 보여 협회에 대한 팬들의 불신과
김호감독의 입장만 난처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기술위원회의 전원사퇴가 임기고수를 내세우고 있는
김호감독의 퇴진을 유도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팬들은 협회의 무기력한 행정 능력을 지켜보면서 "현집행부가 끝까지
여론을 무시하고 소아적 발상을 고집한다면 국기와 다름없는 축구를 맡아
운영할 자격이 없다"며 "실질적 결정권한이 없는 기술위원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는 더욱 한심한 작태"라고 질타하고 있다.

<김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