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예술진흥원 문화발전연구소는 "청소년 문화정서지표 조사연구"
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책에는 13세부터 24세까지의 청소년들의 의식성향과 문화정서등이
다양한 통계로 처리돼있다. 청소년들의 개인심리와 대중문화 사회적인
특성들이 삶의 질과 어떠한 연관관계를 갖는지 해명하는 것이 이연구의
목적이다.

"이제 문화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개념규정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문화를 통계로 처리할수있느냐에 대해서 논란의 소지가 있을수있지만
현재의 실체적인 문화정서나 문화의식을 통계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루어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문화규준을 정립할수 있으며 새로운 모델의 정립도
할수있다고 봅니다" 김용범 문화발전연구소 연구부장의 얘기이다.

문화가 검증되고 계량화되고있다. 새로운 창조를 위한 온갖 실험들이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있다. 조직문화가 시험되고 학문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느낌으로 이해하고 말로만 떠들던 우리의 사회,우리의 문화가 어떤
형태인지 정확한 데이터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론으로 설명
하려는 작업이 시도되고있다. 획일적인 관주도문화시대에서 이것이 최상
이라고 여겨왔던 가치나 관습 전통도 혁신과 변화의 시대에 들어와 그
타당성을 새롭게 조사받고있다.

기업에서는 과연 우리에게 맞는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계속 실험을 하고
있다.

오후 4시에 퇴근하는 기업들이 있으며 능력주의 인사제도가 연공체계를
밀어제치고 있다. 기업문화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신바람문화 탱크주의
문화등 갖가지 이름의 조직문화개선작업이 기업의 최우선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리엔지니어링 벤치마킹등 선진 경영기법도 도입돼 조심스럽게 실험
하는 회사들이 늘고있다.

폐쇄체제속에서의 기업들은 전통이나 관습의 답습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으나 국제화 개방화 정보화시대에는 문화개혁이 필수적이고 또 그에
맞는 우리문화를 만들기위해 모든 방법론을 동원하고있다.

획일적인 사고와 행동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 정확한 현실의 인식및 실증
과 효용성만이 인정돼 이를 실현하기위한 모델설정과 실험이 강조되는 시대
가 온 것이다.

이념이나 가치가 중요시되던 학계의 문화도 바뀌고있다. 가치다원주의를
표방하고 가치의 개념보다 이론의 타당성을 따지는 방법론이 득세하고있다.
계량학 통계학 필드워크등이 모든 학문에서 위세를 떨치고있다. 인간의
가치를 논하는 인문학에까지 수학과 통계학이 도입되고 학제적인 연구라는
이름아래 사회과학및 자연과학과 공동연구를 벌이고있다. 계량고고학
환경고고학 계량사학 계량언어학 전산언어학 계량철학등 학문의 신조류도
생겨나고 있다.

사회과학이 과학적 패러다임으로 넘어간지는 이미 오래이고 최근들어서는
양자역학 카오스이론의 방법론까지 넘보고있다. 포스트모던의 형태가 강조
되면서 공허한 이론논쟁은 한물갔으며 포스트마르크시즘 포스트포디즘등
포스트모던한 형태로 현실을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통해 분석
하자는 시도도 늘고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새로운 창조를 위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이데올로기
가 남긴 획일적인 문화나 반항문화(AntiCulture)시대가 지나가면서 우리
것에 대한 열기와 함께 전통문화의 재창조작업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고있다.

7줄의 가야금이 나오는가하면 일본이나 중국의 악기로 우리 음악의 형식을
연주하는 음악회도 열렸다. 현대의 신디사이저와 국악기를 접목시켜 공연
하는 무대도 마련됐다.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계의 음악극"국제심포지엄에서 김홍승씨
(연출가)는 "전통은 현재라는 시점에서 새롭게 재창조된다. 창조적인 작품
을 만드는 것이 음악 및 예술의 시대적 과제"라고 말하고있다.

"서양음악의 수용에서 벗어나 음악적인 모국어를 찾으려는 지난한 작업이
음악계에서 계속되고있다. 그러나 형식이나 내용 재료면에서 우리의
것이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찾아보기가 아직 힘들다"

이강숙씨(한국예술종합학교장)의 얘기이다.

엄밀한 방법론에 의해 도출된 이론이 한국문화의 제모습찾기에 일조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화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채 얘기할 수없다.
어떠한 문화든 차별화되고 개성화될때만이 그진가를 발휘하는것이다.

획일적인 가치나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문화가 움직이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치를 상실한채 이성과 효용성이 문화를 좌우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이다.

김재형씨(예술의 전당 공연본부장)는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제화
속에서 한국문화는 마치 풀장에 있다가 바다에 뛰어든 것처럼 가야할 방향
을 잃고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제한뒤 "이런 와중에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문화는 이미 문화로서의 생명을 잃은 것"라면서 "인간을 강조하고
전통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새로운 문화의 실험은 계속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춘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