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청이 선원들의 안전조업과 해난사고 방지를 목적으로 지난 74년에 제
정해 시행해온 `원양어선 및 어선사고 관리요령'' 중 일부조항을 최근에
모두 삭제한 사실이 밝혀져 선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이 규정이 삭제된 뒤 해난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마련이 요
구되고 있다.
수산청은 지난 5월 선원안전관리 의무조항을 무시한 채 조업을 강행하
다 선원실종과 같은 해난사고를 일으킨 선사에 대해서는 영어자금과 생산
장려금을 최고 50%까지 삭감해 지급한다는 처벌기준을 없앴다.
이 개정안은 사고선사에 책임을 묻는 `사고처분 기준''을 모두 삭제하고
대신 "선원들에게 안전수칙을 주지시킬 것"만을 새로 넣어 처벌기준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와 함께 수산청은 선원사고 등 각종 해난사고에 대해서는 선사가 사
고 즉시 수산청과 해양경찰대 등에 보고하도록 한 신고의무 규정도 모두
없앴다.
따라서 개정된 규정에 따를 경우 이전까지만 해도 각 선사들이각종 행
정규제 조처에 따른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고 조업 전 안전점검과 신고
의무 조항을 성실하게 지켜왔으나 앞으로는 지키지 않을 게 뻔해 선원들
의 안전조업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선원노조쪽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이 조항 폐지 이후 발생한 해난사고의 경우 선주쪽이 제때에 신고
하지 않아 구조작업이 늦어지는 등 조항폐지에 따른 휴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실종된 부산선적 1백t급 기선저인망어선 제2성도호(선장 김동
호)의 경우 선원 7명을 태우고 제주도 근해에서 조업을 하던 중 귀항예정
일이 훨씬 지났는데도 회사쪽이 신고를 하지 않다가 아예 소식이 끊긴 지
난달 25일에야 뒤늦게 해경에 신고했다. 선원들은 귀향예정일이 지난 직
후에 곧바로 신고가 돼 구조에 나섰다면 충분히 이들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1시께 제주 마라도 서쪽 55마일 해상에서
침몰돼 5명이 실종된 부산선적 제37우림호(선장 송영두)도 기관고장으로
수리를 받고 재출항했다가 변을 당했는데, 사전에 충분한 안전점검이 이
뤄졌다면 사고는 예방됐을 것이라고 선원노조쪽은 주장하고 있다.
전국선원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수산청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고선사에 대한 자금지원규제 조처는 최근 어획부진과 인력난에 따른 경
영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을 뿐 선원사고 예방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히
고 있다.
수산청의 이런 해명에 대해 선원노조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노조쪽은
국제노동기구나 국제운수노련 등의 지침에 따라 세계 각국이 선원안전사
고 방지 등을 위해 해당 선사에 대한 규제조처를 크게 강화하는 추세라며
, 수산청의 이번 조처는 결국 선주들의 편의만 도모해준 편파적 행정이라
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해난사고 세계 1위''라는 불명예에 비춰보더라도 이번에
강행된 개정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