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신설은 없었던 일로 해주세요"
재무부는 요즘 지방상공인들로부터 쇄도하는 금고신설 문의에 이같은
답변을 되풀이 하고있다. 금융실명제 보완대책의 하나로 "불쑥" 거론됐던
지방 상호신용금고 신설문제가 "공수표"만 남긴채 꼬리를 감추고있다.

실무책임자인 방영민재무부 중소금융과장은 "재무부로서는 지난10년동안
지켜온 스탠스(금고신설 불허방침)를 그대로 유지하고있으며 금고신설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검토"한다고 했지 언제 "허용"한다고 그랬느냐는 말도 덧붙인다.

김영섭재무부 이재국장도 "금고신설은 내년에나 가서 검토할 생각"이라며
"언론만 잠잠해주면 그냥 넘어갈 사안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장관이 공연한 말을 했건 실무자들이 장관의 뜻을 잘못 해석하고있건
그거야 재무부 내부일이라고 쳐도 당사자인 금융계나 지방상공인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간단치 않다는게 문제다.

홍장관의 "신설허용 검토"발언이 보도된뒤 창원이나 과천 시흥등지에선
지방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발빠르게 금고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재무부에 "금고가 신설될 수있도록 조속히 후속조치를 취해줄 것"을
건의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숙원사업이기도 하지만 재무부가 입장을 바꾼것으로
비쳐 기대는 더욱 컷었다.

그러나 정작 재무부는 별다른 후속작업이 없는채 장관의 발언이 "일과성
해프닝"쯤으로 흐지부지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들 지방경제인들의
문의엔 "아직 구체적 방침을 결정하지않았다"며 기다려줄 것만을 되풀이
말해오다가 최근엔 슬며시 "종래의 스탠스를 유지하고있다"는 말로
돌아갔다.

그렇지않아도 최근 금융단체장의 후속인선과 관련,"비상임제를
택하건,상임제로해서 누구를 뽑건 금융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말해
금융계를 잠시나마 들뜨게 만들었던 재무부다. 재무부야 "검토하겠다고
했지 언제 허용한다고 했냐"고 발뺌하면 그만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책이 오락가락 "갈지자"를 걸으면 골탕먹는쪽은 경제계다. 그게
지나치면 국가경제전체가 휘청거리는 수도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일까.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