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석탄공사와 대한광업진흥공사. 이름이 닮은 이 두회사는 모두
정부투자기관이다. 이름대로 한 회사는 석탄을 캐고 다른 한회사는 광업을
진흥하는 일을 한다지만 석탄은 광업과에 속한다. "오너"(정부)까지
같으면서 "석탄회사"와 "광업회사"가 왜 각각 있어야 하는지 일반인의
상식으론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일반인의 납득을 돕기위해 두회사의 정관을 비교해본다. 석공의 업무는
<>석탄광산의 운영및 개발<>석탄광산및 가공에 관한 기술적 연구조사와
이에 관련된 사업에 대한 투자<>석탄광산및 석탄가공업에 대한 융자로
돼있다.

광진공은 광물자원의 개발을 위한 연구조사 탐광 기술지도 광산평가
광물시험과 광산자금및 광산물 비축자금융자를 주기능으로 하고있다.
한마디로 석공의 "석탄"을 광진공의 "광물"로 바꾸어 놓든지 아니면
광진공의 "광물"을 "석탄"으로 바꾸면 별문제가 없다.

최근들어 설왕설래 하고있는 두회사의 통폐합은 이런데서 연유한다.
통폐합을 시키자는 것은 그래도 "양반"이다. 아예 문을 닫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정부일각에서 나오고있다.

지난50년에 설립된 석공의 경우 이젠 수행할 기능이 없어 스스로도 종말을
고하고 있지않느냐는것이다. 사실 석탄수요는 80년대 후반들어서면서부터
해마다 25%씩 줄고있다. 요즘엔 영세민에게 연탄을 무상으로 주어도 받지
않을정도로 연탄소비가 줄었다. 당초의 설립목적(국민대중연료인 연탄의
안정적공급)이 빛바랜 상황이니 문을 닫게하자는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닌성 싶다.

광진공의 사정도 딱하긴 석공과 다를 바가 없다. 업무라 해봤자 광업자금
융자가 고작이지만 이것도 석탄광은 석공의 경우에서 보듯 수요부족 상태에
빠져있어 지원대상이 없고 철 아연 동등을 캐는 일반광 지원도 광물부존량
자체가 얼마안되는 상황이어서 석재수출 산업자금 지원으로 연명해 가고
있다.

광진공주변에서 조차 우리는 남북통일이 되면 모를까 현재론 "별볼일"이
없다는 자조섞인 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투자기관간의 기능중복,그에 따른 통폐합론은 상공자원부산하기관에서
끝나는게 아니다. 석공과 광진공,토지개발공사와 주택공사,나아가 지자체
의 도시개발공사가 그렇다.

토개공과 주공은 주요 업무중 일부가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똑같다.
토개공의 주업무가 토지개발인데 주공에도 토지개발업무가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도 도시개발공사를 세워 택지개발에 가세하고 있다. 땅을
닦아서 파는 일에 국가기관이 3개씩이나 뒤엉켜 "이전투구"를 하는
느낌이다.

석유개발공사와 가스공사도 하는 일이 같지는 않지만 한데 묶어 놓으면
더욱 효율적일수 있다. 유개공은 인도네시아 마두라유전개발에 실패한이후
유전개발은 정체상태에 있고 석유사업기금관리도 기금통폐합으로 이제 손을
놓아야할 단계에 와있다.

결국 석유비축기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으로 "소일"을 하고 있는 이
회사와 LNG(액화천연가스)등을 수입해 사용자에게 공급하는 가스공사와
빠른시일내에 한지붕에 모여야 한다는게 주무부처인 상공자원부관리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상공부와 동자부까지 통폐합된 마당에 같은 자원문제를
다루는 두기관이 따로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는 일이 이처럼 엇비슷하면 경쟁촉진이라는 순기능을 생각할수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다. 정부돈으로 운영되니 회사가 망할리야
있겠느냐는 생각이 앞서 효율보다는 안주를 택한다는 것이다.

정부투자기관 통폐합론자들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투자기관의 효율
감각은 통폐합론자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다. 석탄생산량은 지난 89년
합리화조치이후 절반 (92년현재 1천1백97만 )으로 줄어들었으나 이 기간중
석공 전체 인건비는 연간 8백70억원선에서 맴도는등 거의 변동이 없다.

89년에 57억원이던 광진공의 인건비는 92년에 71억원으로 오히려 24.6%
늘어났고 토개공(97.6%)과 주공(77.3%)도 인건비가 급증했다. 토개공과
주공은 인원도 3년동안 15.2%와 32.9%씩 늘어났다. 89년말 4백74명이었던
유개공직원은 올 8월말현재 6백89명으로 45%나 불어났다.

국민의 세금으로 세워진 공기업이 기능중복에 따른 비능률이 있다면 이건
어떤 식으로든지 손을 대야 된다. 그러러면 "주공과의 통폐합은 거대규모의
공기업 출현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토개공 국감 제출자료)는 해당기관의
개발논리에도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거대기업이 문제라면 두회사의 규모와 인원을 절반으로 줄여 통폐합
할수도 있는것 아닌가.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