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기업매수합병)에서 기업은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M&A의
본질은 결국 머니게임이 된다. M&A전문가들은 돈벌이가 되는 기업이면
어떤 기업이라도 사고 판다.

흔히 기업사냥꾼이라고 불리우는 미국의 M&A전문가들은 "돈벌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M&A를 한다"고 고백한다. M&A가 한창이던 80년대에는 미국
대형증권사 수익의 60-70%가 M&A업무에서 나왔다.

잘나가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사들이기도 하고 스러져가는 기업이라 가격이
너무 싸다는 이유로 사기도 한다. 경영등 부분적인 문제가 있는 기업은
손질해서 팔기위해 산다. 기업이 전략적인 목적으로 다른 기업을 사거나
자기회사의 부진한 부분을 파는 것은 M&A의 시초이다.

무엇을 위한 M&A냐에 따라 매수대상이 되는 회사의 성격도 달라진다.

경영확대등 전략적인 차원에서의 M&A를 통해 기업을 새로 만들고 키우는데
드는 시간을 아낄수 있다. 삼성그룹의 기아자동차주식인수 목적을 M&A와
관련지어 해석하는 사람들은 자동차산업의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을 주요한
이유로 든다. 정부를 설득하고 부품하청업체들과 인적자원을 확보하는데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경쟁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문을 닫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역시 삼성그룹이 기존 증권사의 매수를 통해 증권업계에 진출한 것과
삼성증권에 대형증권사를 합병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증시주변에 끊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에서 M&A가 자라나기
쉽다.

기아자동차처럼 대주주지분이 낮아 주식을 많이 안사도 경영권을 확보하기
쉽고 기술수준도 어느 정도 올라선 기업이라면 M&A의 표적이 될만하다.

국내기업들의 해외기업 인수는 대부분 단순한 합작으로는 얻기 어려운
노하우등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삼미그룹은 특수강업체가
자생적으로 성장하는데 걸린다는 1세기나 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등의 해외특수강업체 매수에 적극적이었다.

새로운 의약품제조기준인 KGMP기준이 적용되는 제약업종을 포함해 화학
신물질개발등의 분야도 M&A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국내증권사의
M&A담당자들은 의약품이 고급화 될수록 신약 개발에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데다 KGMP기준 적용으로 자금도 많이 소요돼 제약업종이 M&A의 주요한
대상이 될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브랜드의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한 M&A도 있다.
일본의 소니사가 미국의 영화사인 콜럼비아사를 산 이유에는 콜럼비아사의
노하우와 함께 높은 인지도도 작용했다.

기업들이 전략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시세차익을 노리는
M&A도 외국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진다. 미국에서도 시세차익을 노린 M&A에
대해서는 대출을 거부하는 유명한 금융기관들이 있을 정도로 거부감이
있다. 하지만 초기의 전략적인 M&A가 활발해지면서 80년대 중반이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M&A도 만연해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같은 시세차익을
노린 악의적인 M&A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M&A의
대상은 상장기업의 순자산 수익성등 내재가치로 볼때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는 종목들이다.

M&A유망종목의 하나로 특정세력이 M&A를 목표로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는
설이 나돌며 주가가 급등했던 만호제강은 상승초기인 지난 9월초 주가는
3만원대에 있었던데 비해 주당 순자산은 지난 6월말 현재 4만4천5백원을
기록했다.

자산재평가를 한지가 16년이나 지나 실제 자산가치는 장부에 나타난
자산가치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극단적인 경우 주식을 계속 사모아 경영권을 장악한뒤 회사를 처분해도
이익이 남는다는 것이다.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로 지분이 높아지면
사모았던 주식을 훨씬 높은 가격에 대주주에게 팔아치우는 방법이 외국에서
흔히 볼수있는 시세차익을 노린 M&A이다.

만호제강은 납입자본금이 33억원가량에 불과하다는 점도 M&A에 유리한
점으로 꼽혔지만 선진국처럼 M&A가 발달하면서 금융기법도 함께 발달하면
회사의 규모는 문제가 안된다. 지난 88년 미국에서는 자산담보부 차입등에
의해 대기업인 나비스코사가 2백50억달러(약20조원)에 M&A되기도 했다.

합의에의해 기업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면 전략적인 변신을 위한
생산적인 M&A든지 단기시세차익을 노린 M&A든지 매수대상기업에 뭔가
허술한 점이 있어야 된다. 대주주의 지분이 낮거나 대주주들간 경영자간
주주와 경영자간 노사간에 불화가 있으면 M&A는 더욱 쉽게 먹혀들 수 있다.

<김성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