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시에서도 주식을 사모아 경영권을 빼앗을수 있도록 M&A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정부가 M&A금지조항(증권거래법 200조)을 없애기위해 개정법률안을
정기국회에 내놓고 있는 가운데 삼성의 기아주식 대량매입이 밝혀져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아주식매입은 경영권인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금융주비중을 줄이고
제조업주식을 늘리려는 포트폴리오 조정에 따른 보험회사 자산운용의 결과
일 뿐이다"는 삼성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재계는 앞으로의 사태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M&A는 다반사이다. 회사를 인수,경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회사의 특정사업부문 또는 부동산등 고정자산을 노린 것도 있다.

M&A를 위해 주식을 사모으게 되면 주가는 치솟게 마련이다. 기업을
빼앗으려는 측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측이 모두 매입에 나서기 때문이다.

당연히 성패는 돈의 규모가 좌우한다. 고율의 채권을 발행,M&A를 위한
자금을 모으는 것도 월가에서 자주 통용되는 방법이다. 투기성이 높은
채권,이른바 정크 본드(junk bond)로 자금을 조달해 M&A로 큰 재미를
봤던게 결국 쇠고랑을 찼지만 한때 월가를 누볐던 드렉셀 번햄 램버트사의
마이클 멜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M&A선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공개
러시가 일기 시작한 70년대 초반만해도 창업주 보호를 위한 M&A금지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업체였던 삼강이 설립자와 주식을 증시에서 사모았던 사람간
경영권 다툼으로 결국 좌초하고만 선례도 있다.

상장기업주식을 5%이상 취득하면 신고해야하고,기업공개 당시의 대주주
외에는 10%이상 소유할수 없다는 현행 M&A금지규정이 나온것은 경영권
상실을 우려한 공개기피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이 규정으로 상장기업사주들은 경영권을 잃을 염려없이 비쌀때 주식을
대량매각했다가 쌀때 다시 살수 있어 큰 재미를 봤던 것도 사실이다.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이 고개를 든 것은 90년들어 주가가 폭락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른바 국민주를 쏟아놓는등 기업공개를 대폭 늘렸다가 물량과잉과
경기하강이 겹치면서 주가가 대폭락,재무부에서 돈을 찍어내더라도 주가를
올리겠다는 12.12조치등을 내놓던 시점에서다. 이같이 주가를 올리려고
들었던 것은 주식투자자=여당표라는 그 당시 정치권의 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재무부당국자는 지금은 주식물량이 너무 많은데다 공개를 원하는 업체들도
줄을 잇고있어 기업공개를 촉진하기위해 M&A를 금지,결과적으로 사의
자기주식을 이용한 재테크를 도와줘야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역시 바꾸어 말하면 주가를 부추기기 위해 M&A금지조항을 없애겠다는
얘기가 된다. M&A가 허용되면 재무부의 주가관리부담은 상당히 줄어들것이
명확하다. 대주주가 경영권안정을위해 보유주식을 늘려야할 것이니까.

그러나 과연 이 시점에서 M&A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대기업이라고 해야 외화로 따지면 자본금규모가 별것 아닌 여건에서
외국인에대한 증시개방을 계속 확대해야할 상황이고 보면 결코 시의적절한
결정같지 않다.

증시가 공급과잉 상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기업
공개와 주식분산을 계속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도
아직은 M&A를 허용할 단계가 아니라고 보는게 옳다.

M&A가 허용될 경우 경제력집중이 더 악화될 소지도 크다. 대기업,그중
에서도 보험.증권회사등 기관투자가인 금융회사를 갖고있는 그룹이라야
M&A를 할수 있는게 현실이다.

경기라는 측면에서도 M&A허용은 적절하지않다. 엔고의 호기를 맞고도
부진하기만한 수출,금융실명제등 개혁의 물결에 맞게 해묵은 관행들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기업들은 힘겨워 하고있다. 자기주식을 사들여 지분율
을 높여야한다는 부담까지 안게된다면 투자재원 마련은 더욱 힘겨워질 일
아닌가.

주가에 너무 얽매이는 자본시장 정책은 재고돼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