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4.19 5.16 숱한 역사적시련을 겪으며 허둥지둥 살아오다보니 어느덧
반백이 넘는 나이가 됐다.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라는 옛성현의 말씀대로 역시 인간사는
인화가 으뜸임을 다시금 느끼게된다. 그중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함께
공부한 동창생끼리는 특히 "화"가 쉽게 이루어진다.

나이가 들면서 제일 생각나는 것이 친구이다. 그중 가장 허물없는 친구는
고교동창생. 요즘 젊은이들이 고교 졸업후 반창회 한번 갖지 않고있는
것을 볼때 30년동안 동창회를 끌고온 우리는 정말 큰 재산을 갖고있는
셈이다.

덕수상고 동창모임중에서도 뜻이 맞는 사람들의 모임인"청우회"는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알찬 친목모임이다. 늘 푸른 마음을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부친 이름이다.

이 모임은 3년전 우리 회원들이 모두 나이가 반백이 넘으면서 삶을 어떻게
사느냐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던 가운데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러나
모임의 역사는 비록 3년밖에 안됐지만 30년동안 한결같이 호흡을 같이해온
친우이기때문에 어느 모임보다 오랜 전통을 지녔다고 볼수 있다.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넉넉한 인정과 풍류와 삶의 지혜를 부담없이
나누는 편안한 모임이다. 덕수상고 10회 졸업생으로 구성된 우리 멤버는
격월로 모임을 갖는다. 부부동반으로 각 가정에서 모임을 갖기도 하고
계절따라 자연을 찾아 호연지기를 키우기도 한다.

애경사나 일상생활의 어려운 일들을 상의할 때는 회장이 모임을
소집,기민함을보여주기도한다. 구성원의 성격이 천차만별인데도 의견의
합일점을 쉽게 찾을수 있는것은 그만큼 우정이 돈독해서다.

청우회를 통해 락을 찾을수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것이 바로
우정이고 사는 멋 아니겠는가.

현재 회원으로는 언제나 품질우위를 지키겠다는 기업인 김종선씨(삼원포장
대표), 정도의 철학과 건강지도에 열성인 김남룡씨(수원농협전무), 효성이
지극하며 풍류를 즐기는 이병우씨(세무업무), 항상 생활의 지혜를 제공하는
이일의씨(만승주유소대표), 모임을 정감있고 합리적으로 이끌어가는
이재운씨(보험업,현회장), 언제나 부인과 함께 움직이고 즐겁게 사업하는
심창식씨(세탁업), 우직한 성격에 외길 인생을 살고있는 허성범씨(동대문
상고서무과장),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사업가 허영호씨(금강개발 대표),
항상 분위기조성에 앞장서는 필자등이 있다.

우리세대를 축구경기에 비유하면 후반전 20분께 득점찬스의 시기라고 볼수
있다. 달력으로 보면 결실의 계절 9,10월에 해당된다고나 할까. 일하는
즐거움이 넘쳐 흐르는 황금기이다. 그런만큼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
여낙지자"라는 옛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