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김형철특파원]일본과 러시아 양국은 13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결산하는 공동성명(동경선언)과 운수통신분야등
11개분야 협력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경제선언을 발표하고 16개의 각종
협정.각서를 서명 교환함으로써 정상회담 일정을 모두 끝냈다.

옐친 대통령은 이번 정상 회담에서 호소카와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공식
초청했으며 <>일.러시아 양국의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외무장관 회담을
년2회 개최하고 <>차관급으로 구성되는 평화조약 작업팀을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호소카와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을 일단 내년 4,5월중
실현시킨다는 방침을 세운것으로 알려졌다.

옐친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총리는 이날 제 2차 정상
회담후 발표한 동경선언에서 "양국은 에토로후,하보마이,구나시리,시코단
등 북방 4도서의 귀속권에 관한 영토문제의 해결을 계속 도모해 나갈것"
이라고 밝히고 "문제의 해결은 역사적 법적 사실에 입각,양국이 과거
합의에 의해 작성된 조약을 비롯 제문서, 법과 정의의 원칙에 바탕을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경선언은 또 "양국 정부는 양국간의 모든 조약,그밖의 국제적 약속이
완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표현으로 하보마이,시코단의 반환을
담은 1956년 일.소공동선언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경제선언은 일.러시아 양국이 연료.에너지,운수.통신,군수산업의
민간전환,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확보 등 11개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히고"일본은 러시아의 경제개혁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양국 관계 전반을 균형을 취하면서 확대시켜 나갈 것"
이라고 강조함으로써 확대 균형의 원칙을 확인했다.

경제선언은 특히 "일본이 러시아의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의
가입을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러시아가
가트(관세무역일반협정)등 국제 경제조직에 가입하는 데도 일본은 적절한
협력을 행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도 불구,양국관계는 동상이몽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이 북방영토문제를 공식화하려는데 비해 러시아는 경제협력을
얻어내는데 무게중심을 둔 때문이다.

일본은 이번 공동선언에서의 북방섬에 대한 언급내용이 이들이 일본의
영토임을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옐친대통령의 기존조약준수선언이 곧 영토문제의 해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옐친대통령은 북방섬문제와 관련,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한채 "이
문제는 언젠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고만 말해
조기해결가능성을 어둡게 했다.

옐친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2가지의 전시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는 서방국가들이 보수파유혈진압의 합법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면죄부"를 얻은 것이고 또하나는 일본으로부터의 경제협력을
약속받았다는 점이다.

일본정부는 양국정상의 합의를 바탕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지원책 마련에
착수했다. 수출입은행을 통한 러시아에의 신용공여와 무역보험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고 러시아가 외자도입을 위해 법제도를 정비할 경우에는
전문가를 파견, 기술지도도 실시할 예정이다.

양국정상이 "협력추진"키로 합의한 러시아의 대규모개발프로젝트에 대한
일본민간기업의 참여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러시아는 모스크바와
하바로프스크간을 잇는 정보통신망(극동루트)정비사업을 비롯 사할린해의
유전및 가스전개발사업 제4차 시베리아삼림자원개발사업등의
대형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사업은 일본기업이나 일본자금이
참여하거나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일본의 협력이 없이는 사실상
성사가 불가능한 것들이다. 현재 일.러간 경제협력은 북방영토문제등으로
냉각돼있는 형편이지만 일본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 이뤄지면 이들사업은
상당히 활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경제계에서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러경제관계가
본격 활성화될 수 있을지 에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구소련의
대외채무가 7백70억달러(민간 4백20억달러)에 이르고 있지만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제도가 미비한 점도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히라이와
가이시(평암외서)경단련회장은 "러시아는 외국투자와 관련,러시아정부와
주정부중 어느쪽이 계약책임자인지조차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급진개혁파와 보수파간의 대립에 따른 정정불안역시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일.러시아간의 경제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일.러간 문제와 러시아내부의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일본기업들의 러시아진출은 "천천히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고
실속있게"라는 안전운행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