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건""레인 맨"의 미남배우 톰 크루즈,"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명감독
시드니 폴락. 그들이 손잡고 만든 2시간35분짜리 대작 "야망의 함정".
원작은 존 그리샴의 초대형베스트셀러 "법률사무소(The firm)". 이만하면
흥행은 떼논 당상이다. 미국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이 영화를 우리나라 관객들은 외면하고 있다. 왜일까.
미치 맥디어(톰 크루즈)는 교사인 아내 애비(진 트리플혼)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친 가난한 하버드법대졸업생. 유수한 법률회사의 스카웃제의를
뿌리치고 엄청난 호조건을 제의하는 멤피스의 작은 법률사무소를 택한다.
그러던 어느날 미치는 FBI요원으로부터 법률사무소의 비리를 듣는다.
"모롤트페밀리"라는 마피아의 돈세탁을 전문적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리려하거나 그만두려는 변호사는 제거돼왔다. FBI는 강압적인
자세로 협조를 요구하고 회사는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야망은 물론이
거니와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가 그에게 닥친다.
시드니 폴락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야망과 꿈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도
하는 거품같은 현대인의 삶을 그렸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자꾸만 90년대 미국의 현실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로 번역,소개된 원작은 미치부부가 화려한
도시의 삶과 변호사의 명예를 내던지고 유랑의 항해를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영화는 전혀 다른 결말이다. 미치는 뛰어난 두뇌를 활용,치밀한
작전을 통해 FBI와 마피아 양쪽을 교묘하게 만족시키고 자신도 변호사자
격을 잃지 않는다. 회색빛 현실에서 피어나는 장미빛 희망을 일궈내고픈
감독의 과잉욕구가 아닌가. 미국에서의 흥행성공은 바로 이런 곡절이 있
는 것이다.
서스펜스 스릴러인 원작의 완벽한 영상화를 기대했던 우리 관객들에게는
같은 이유로 실망을 주었다. 최근 한국정부의 개혁과정에서 드러난 거대
하고도 뿌리깊은 비리에 비해 미국 법률사무소의 비리가 하찮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