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린스턴대학의 미일연구소 소장인 켄트 칼더교수는 클린턴대통령이
APEC(아태경제협력각료회의)을 정상급회담으로 승격하자고 제안한 것은
미국의 아시아전략이 바뀌고 있으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의 닛케이 비즈니스지 9월6일자에 실린 기고문을 요약한다.
<편집자>

1년전만 하더라도 미국은 태평양경제통합이라는 아이디어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태평양경제통합은 주로 외교관이나 일부 호사가들의
이야기거리 밖에 되지 않았었다.

당시 베이커 미국무장관은 미국과 태평양국가간의 관계를 자동차 바퀴에
비유했었다. 여기에서 미국은 차축,각 태평양국가들은 바퀴로 비유된다.
미국은 중심축이 되어 각국과 쌍무관계를 갖고 그들을 이끌며 협력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전략이 바뀌고있다. 정확히 말하면 클린턴행정부의
대아시아전략이 변하고있다. 이과정에서 클린턴은 현재 각료급회의인
APEC을 국가최고정상급으로 격상시키자고 제안했다.

클린턴정부가 이전 정부와는 달리 APEC을 강조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이지역에 새로운 다자간 협의체를 형성함으로써 경제적이익을 얻자는
취지이다. 이는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와 같은 기존의 다자간 협의체에
대한 실망을 배경으로한다. 클린턴정부는 GATT가 세계무역 자유화라는
사안에 대해서는 다소 기여했다 하더라도 투자방면에서는 무력감을
보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정부일각에서는 UR(우루과이 라운드)의
조속한 타결이 유익하다는 주장을 펴는 인사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모두가 GATT의 효용성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결국 클린턴행정부는 비효율적인 GATT에 매달리기 보다는 급성장하고있는
아태지역 국가간 지역경제조직을 형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APEC회원국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결코 무시할수 없는 성장잠재력을
가지고있다. 미국 일본 중국을 포함,15개 회원국의 인구는 20억으로
세계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무역량은 세계 교역량의 40%를 점한다.
이지역은 역내 국가간 교역액이 가맹국 전체 교역량의 56%에 달하고 있어
상호무역의존도 역시 높다.

APEC은 미국의 무역 투자 장래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통신 금융
서비스등 급속하게 확대되고있는 이지역 시장에 대한 미국의 진출여지는
크다.
지금 워싱턴 정가에서 APEC이 높이 평가되는 또다른 이유는 올해가 APEC의
지도력을 행사하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이다.

미국은 올해 10여년만에 한번씩 돌아오는 APEC의장국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게되면 미국은 APEC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어렵다.

일본의 정치적 혼란과 함께 아태국가의 대일본 무역불균형등은 이지역에서
미국이 대형으로 등장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있다. 실제로 호주나
한국등은 미국의 APEC관여를 내심 바라고있다.

클린턴행정부가 APEC을 중시하는 또다른 이유는 이지역에서 일고있는
독자적인 경제협의체 구상을 약화시키자는 뜻도 포함한다.

부시정부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총리가 주창한 EAEC(동아시아경제협의체)
구상에 대해 강경한 반대입장으로 일관했다. 클린턴행정부는 전정부의
이같은 정책이 역효과만 나타낼뿐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일본 동남아시아국가들에 "일본은 아시아에 있어 까다로운
존재"라는 인식만을 심어줄 뿐이라는게 현정부의 생각이다. 클린턴정부는
또 EAEC가입국들은 모두가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단기적으로는 이
협의체 구상이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극구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문제는 다르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은 경제
군사적으로 급성장하고 있어 우려의 대상이다.

결국 클린턴행정부는 마하티르 구상에 직접적으로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약화시킬수 있는 방안으로 APEC을 선택했다. APEC을
국가정상급회의로 격상시킴으로써 EAEC를 무색케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이는 또한 장기적 위협세력인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미국은
판단했다.

오는11월 회의가 열리게 되는 시애틀은 보잉,마이크로소프트등 세계적인
기업이 자리잡은 곳이다.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클린턴후보는 이 도시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다. 클린턴은 이 회의를 이곳에서 개최함으로써
자신의 빚을 갚겠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11월 시애틀 회의가 가까워올수록 미국의 공세는 한층더 강화될 것이다.

<한우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