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를 실시한 8월의 총통화(M2)는 당초 억제목표 18%보다 높은 20.3%
나 증가됐다. 9월에도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추석자금수요가 겹쳐 총통화
관리목표를 당초 17%보다 높은 19%수준으로 높인다는게 통화당국의 방침인
것 같다.

새정부가 출범한 이후 6개월동안 신경제추진과 실명제부작용완화를 위해
통화를 많이 풀었다. 한은이 통화가치의 안정보다 통화정책의
신축적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명제실시를 계기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따라서 통화증가억제 목표를
넘어섰다는 사실만으로 통화당국의 통화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할수는 없는
일이다. 실명제실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준관리를 완화할수 밖에
없었고 또 사채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통화증가율이 높아진것은 당연한 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인가. 통화관리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얼마나 많이 풀었느냐의 양의 문제가 아니다.

돈이 많이 풀렸다고 해도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여전하고 현금수요는 크게
늘어났고 통화의 유통속도는 크게 줄었다. 다시 말해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 풀린 돈이 제도권으로 되돌아 오고 그 돈이 또 생산자금으로
쓰일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현금수요가 늘어나고 그래서 통화당국이 또 돈을
푼다면 이거야말로 풀린 돈이 물가를 자극할수밖에 없는 시한폭탄과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자금출처조사 불안등에 따라 금융기관에서 많은 돈이 인출되고 있다.
그리고 그돈이 갈곳을 못찾고 금고속에 갇혀 있다. 금융기관에 맡겨져
있는 돈도 기회를 보아 인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런 상황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실명제의 훌륭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자금출처조사 국세청통보등을
강조하다보니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그래서 금융자산을 가지는게 불안하고
불리하다는 생각마저 갖고 있는게 사실이다.

금융자산은 그 어떤 실물자산보다 우대되어야 한다. 깨끗한 돈이면 더욱
좋겠지만 어떤 돈이든 금융기관으로 돈이 흘러들어와야 하고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는 것이 안전하고 유이하다는 믿음을 갖게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그래야 은행으로 돈이 들어오고 그돈이 생산자금으로 쓰일수 있다. 은행을
찾는 발길을 멈칫거리게 하면서 통화관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본말이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