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느 대도시를 가보아도 서울만큼 자연의 천혜를 누리고 있는 곳은
없다. 지척에 아름다운 산들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산 인왕산 남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 삼성산.생각날 때는 언제라도 오를수 있는
산들이다. 자연의 공원들로 둘러 싸인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인공의
공원숲을 만들어 도시의 답답함을 풀어주고 있는 외국의 도시들에 견주어
본다면 서울은 자연의 크나큰 혜택을 받은 도시다.

서울을 둘러싼 많은 산들중에서도 빼어난 것은 주산인 북한산이다.
최고봉인 백운대(837 )를 중심으로 북쪽에 인수봉,남쪽에 만경대가 있어
삼각산이라고도 한다. 이 세 봉우리를 기점으로 북쪽으로는
상장봉,남쪽으로는 노적봉 보현봉 문수봉,서쪽으로는 원효봉이 뻗어 나고
문수봉에서는 다시 서북쪽으로 나한봉 응봉,서쪽으로는 비봉이 줄기를
이룬다. 고려말엽 문인인 오순이 "공중에 솟은 세 송이 푸른
연꽃/연하속에 아물아물 몇 겹이 되는가"라고 읊었던 북한산의 모습을
떠울리게 하는 산줄기의 뻗어남이다.

북한산은 고도가 낮으면서도 명산과 고산이 지닌 장점들을 고루 갖춘
산이다. 험준하면서도 잔잔하고 아늑한 산세,가파른 암벽봉우리,암산과
토산의 적절한 조화,울창한 수림에 갖가지 포유동물과 조류의
서식,완연하게 바뀌는 사계의 산색,풍부한 수량,어느 것 하나 나무랄데가
없이 생기가 약동한다.

북한산은 세사와 공해에 찌둘린 서울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정서의
안주처다. 또한 후세에 오롯이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다. 그것이
개발이라는 허울아래 파괴되어 온지 오래다. 산을 깎아 호화저택과 빌라를
짓고 위락시설이 들어서 시민들의 거센 지탄과 저항을 받아왔지 않은가.

서울시가 뒤늦게 북한산 경관을 보존코자 평창 구기 신영동일대의
풍치지구 10여만평을 특별건축규제지역으로 묶은바 있으나 종로구의회가
구건축규제조례안을 부결한데다 구당국마저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북한산 훼손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한다. 시당국이 규제를 풀겠다고
하더라도 극구 반대하고 나섰어야 할 구의원들이 "그린벨트완화추세"
"사유재산권침해"라는 그럴듯한 이유를 들어 환경파괴에 앞장을 선 저의는
무엇일까. 시민들에게 그 저의를 소상히 밝히지 않는 한 의혹의 눈총을
벗어날수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