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제독,그럴게 아니라,어떻게 된 영문인지 한번 알아보고나서
개전 여부를 결정합시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요? 당장 응징을
해야지,그런 신의가 없는 놈들을 상대로 또 무엇을 알아본다는 겁니까?"
"도대체 이해를 할수가 없지 뭐요. 개인간에도 그럴수가 없는
법인데,하물며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 "나라는 무슨 나랍니까. 사쓰마
따위 일개 지방 정권에 불과하죠. 이제 보니까 꼭 사기꾼같은 패거리지
뭡니까. 그런 놈들은 그저 힘으로 본때를 보여주는 도리밖에 없다구요"
쿠바 제독은 닐 공사의 태도가 지난밤의 기습 격퇴시와는 판이하게
달라진게 화가 나는 듯한 어투였다.

"물론 본때를 보여줘야지요.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마지막 수단이고
우리가 여기까지 찾아온 목적은 범인을 인도 받고,배상금을 지불받기
위해서거든요. 그러니까 간밤의 기습에 대하여 놈들이 뭐라고 말을 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어요. 그런 다음에 응징을 해도 늦지 않아요. 그러면
우리는 할 도리를 다하는 셈이 되니까, 전쟁 책임도 전적으로 사쓰마쪽에
돌아가는 거요" "알아서 하시구려" "그러니까 쿠바 제독, 조금만 참아주오"
닐 공사는 어디까지나 외교관다웠다. 대조적으로 쿠바 제독은 직선적인
군인이었다. 그러나 함대사령관은 직제상 공사의 아래였기 때문에 공사가
하는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닐 공사는 서기관이며 통역관인 슈버트를 보내어 해안 역소에 간밤의
기습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함께 경위를 해명할 것을 요구했고,어제
통고한대로 내일까지 배상금 이만오천 파운드를 지불할 것을 촉구했다.
만약 성의있는 해명과 지불 약속이 없을 경우에는 즉시 응징을 감행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전쟁 발발의 책임은 전적으로 사쓰마쪽에 있다는 것을
알라고 통고하였다.

그 통고에 대하여 그날 오후에 회답서가 왔다. 세 번째 회답서,즉
외교문서인 셈이었다.

간교하게도 그 회답서에서 사쓰마측은 간밤의 기습은 우리 번청으로서는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꽁무니를 사리고 있었다. 상부의 명령도 없이 하부
군사들이 저희끼리 저지른 일이어서 우리도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주동자를 가려내어 하옥시킬 예정이니, 아무쪼록 양해해 달라면서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배상금은 지금 마련중이니
기다려 달라고, 막연하게 연막을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