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시아통상외교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 정부는 30일
러시아에 대해 더이상의 경협차관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지금까지의 "정치적외교"에서 "수평적인 대등한 외교"로 전환하고있음을
보여주고있다.

다시말하면 "정치적차관의 제공"을 상호 이해 조정으로 종결, 이제
한.러관계가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는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우리정부가 대소수교직후인 지난91년1월당시 구소련에 제공키로 한
30억달러의 경협차관은 정치적성격이 강한것이었다.

당시 6공정부는 북방정책의 결실을 위해 소련과의 국교정상화가 시급한
나머지 경제적실익을 덮어둔채 거액을 소련측에 건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91년말 소련연방이 붕괴되면서 러시아공화국이 채권 채무를
승계했으나 경제난으로 원리금상환이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금년들어 6개월여에 걸쳐 러시아측과 심도있는 협상을 벌인끝에
잔여차관제공의 중단을 선언하게됐다.

정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대러경협의 중단이 아니냐"는 극단적 시각도
있으나 6공정부의 비정상적인 차관외교를 차제에 정리하고 새로운 차원의
우호관계정립을 모색하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홍순영 외무차관도 이와관련, "이번 조치가 한.러우호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않을것"이라며 "러시아측도 우리상품가격이 비싸 현물원조를 줘도
큰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는등 더이상의 차관제공을 바라고 있지않다"고
설명했다.

즉 대소차관중지가 상환불이행에 대한 제제가 아니라 지난6개월간에 걸친
양국간 이해조정의 결과라는 얘기이다.

홍차관은 이미 제공된 차관상환문제가 해결되면 수출입은행이 관리하는
대외경제협력기금을 통한 대러경협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제공된 14억7천만달러의 차관상환문제는 간단치않다.

러시아측은 현금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있고 우리정부는
러시아측이 제시하고있는 무기로의 상환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무기상환안은 상호 무기체계가 다른데다 미국과의 무기거래문제등 난제가
많다.

정부는 무기보다는 원유등의 현물상환에 관심을 보이고있다.

정부일각에서는 서울 정동 구러시아공관부지 보상과 차관상환을
연계시켜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상환시기는 선진국의 대러시아채권단인 파리클럽이 채택하고있는 2년거치
5년상환방식이 준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상환형태를 둘러싼 한.러양국정부의
이해가 어떤 형태로 조정될지 주목된다.

때마침 31일 게오르기 쿠나제 러시아외무차관이 방한키로 돼있어
양국정부간 차관상환교섭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서명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