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두 연인"은 80년대말 파리장들의 사랑얘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사에 남는 연애영화들은 주로 결혼과 유리된 사랑을 찬미했다.
나탈리 우드 "초원의 빛"이나 로렌스 올리비에의 "폭풍의 언덕",
그외에도 수많은 영화들이 결혼으로 맺어지지 못하는 애절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두 연인"은 그 결혼의 의미를 묻고 있다. 사랑과 결혼을 별개로
인식하는 것을 진취적이라고 여기는 요즘 인식에 다소 맞지않는 영화다.
그래서 독특함이 있다.

콘서트기획자인 노총각 마크(제라르 드파르디유)는 새로운 집을 구하기
위해 고급부동산전문업자인 노처녀 엘렌(마르슈카 데트메르)을 만난다.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핑계로 이집 저집을
구경하러 다니며 자주 만난다. 그러나 이해타산적인 두 남녀는 틀에 박힌
도식적인 사랑을 거부하고 가끔씩 서로에게만 필요한 동료로서 상대방을
수용하려한다.

단조롭던 둘의 관계는 엉뚱한 짓을 잘하는 마크에 의해 급변한다. 마크는
"정착이 필요하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엘렌에게 청혼한다. 평소 "날
구원해줄 남자가 필요해"라고 친구들에게 솔직히 털어놓던 엘렌은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천성적인 바람둥이인 마크는 막상 두려워진다. 결혼을 하면 바람도
못피울 것이고 아이를 낳으면 더더욱 자유는 사라질것만 같다. 엘렌 역시
주변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초조해한다. 팽팽한
긴장의 끈은 조율되지 못하고 끊어지고 만다. 둘은 화려한 레스토랑에서
이별의 만찬을 나눈다. 그들을 다시 맺어준 것은 레스토랑의 폭발사고였다.

"클레이지 보이" "아이큐 제로"등 코미디영화로 유명한 클로드 지디
감독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남녀사이의 내밀한 문제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풀어간다. 교통이 막혀 다리 아래서 아이를 낳는 마지막 장면은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우리 전래의 유머와도 같은 맥을 갖고 있다.

다만 결혼의 의미를 묻는데 끝나지 않고 결혼이후까지 담으려고 한 것은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흠을 남겼다. 결혼이후의 얘기를 생략했으면
여피족으로서의 마크의 개성과 엘렌의 우아함이 손상되지 않고 남았을 것
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그런 것은 모두 깨져버린다는 감독의 장난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