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 극작가의 부족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다. 극작가 빈곤이
요즈음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공연장이 늘어남에 따라 작품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데 반해 활동하는 극작가의 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때문. 문화체육부의 추산에 따르면 전국의 연극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소는 서울의 60개소를 포함, 약 2백개에 달하고 있다.

올들어 서울에서만 10여개소 늘어난 것을 포함,전국에 걸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는 것. 그러나 현재 왕성하게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극작가는 전업작가인 이강백씨 이만희씨를 포함,오태석씨(연출가겸)
김광림씨(서울예전교수) 이윤택씨(연출가겸) 김상렬씨 윤대성씨등
7명내외에 불과하다.

서울 대학로소극장에서 장기공연되고 있는 "불좀꺼주세요"와 "돼지와
오토바이",오는 23일 전국연극제 전야제에서 공연될 "피고지고 피고지고"는
이만희씨, "불의 가면"은 이윤택씨, "자살에 관하여"는 이강백씨, "사랑을
찾아서" "여성반란"은 김광림씨등 현재 공연중이거나 무대에 올려질 대부분
의 최신창작극들은 모두 이들의 작품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

극작가의 부족은 창작극의 질양제고를 저해하는 만성적인 요인으로 작용,
한국연극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막을 올리는 전국
연극제출품작 14편중 초연창작극이 전북창작극회의 "꼭두꼭두"(곽병창작.
연출) 단 한편뿐이라는 점은 이같은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극작가는 한국희곡작가협회에 등록돼 있는 작가만 1백20명에
달하지만 대부분 공연보다는 문학으로서의 희곡에 치중해 작품이 무대화
되는 경우는 드문 형편이다.

이처럼 연극계가 "극작가부족=창작극질양빈곤"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극작가로 전념해서는 생활보장이 안되기때문.

극작가가 새로운 충전을 하면서 한편의 좋은 작품을 쓰려면 최소한 1,2년
소요되는데 대본료가 한편에 2백50만원에서 많아야 5백만원하는 현실에서
좋은 작품의 양산을 기대할수 없는것.

이때문에 이강백 이만희씨등 두 전업작가이외에는 대부분이 대학교수나
연출가등 다른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문필활동을 여가로 하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대학의 국문과에서 문학장르중 희곡을 급수낮은 분야로 인식하는
경향도 극작가 기근현상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 한 연극인의 지적이다.

그나마 지난 90년부터 실시해온 국립중앙극장의 창작극개발프로그램및
대본공모(가작 5백만원), 서울연극제와 문예진흥원의 창작극활성화프로그램
(2백50만~3백만원)등 공공기관의 창작극발굴작업으로 극작가의 작품집필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연극인들은 극작가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극작가들이
보다 안정적인 가운데 희곡집필에 전념할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면서 "연극공연의 총수입금 또는 이익금의 몇%를 극작가에게 지불하는
인세제도의 정착,저작권의 확보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업작가인 이만희씨는 "창작극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작가자신이 자생력을
키워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극작가에 대한 연극계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인세제도의 확립등 제작비산정에 있어 작품료를 염두에
두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