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란 흔히 작가의 감정을 담아내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제 경우에는 감정이나 정서가 아닌 논리적인 사고를 나타내보고자 합니다.
작품을 통해 미술 또는 우리사회의 제반 사항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6~17일 서울청담동 코아트갤러리(517-6398)에서 설치작업전을 열고 있는
공성훈씨(29)는 작품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어도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하고 함께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공씨가 이번에 발표한 설치작품은 "완벽한 리얼리티, 완벽한 평면성을
위한 프로젝트 그러므로 완벽한 회화". 카메라방과 거울방이라는 두개의
방을 통해 사진의 탄생으로 지향점이 모호해진 서양미술사에 대한 시각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서양미술 또는 서양미술사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는 문제제기인 셈이다.

카메라방은 화랑이 외부와 평면으로 연결된 1층에 자리잡은 점을
이용, 방앞에 대형볼록렌즈를 설치함으로써 외부의 상이 방안쪽벽면에
그대로 투사되게 만들었다. 거울방은 26장의 아크릴판을 연결함으로써
누군가 방안에 들어가면 사방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꾸몄다.

"실재와 현상, 즉 있는것과 비쳐지는 것의 관계를 살피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내는 카메라가 생겨난 이후 과연 완벽한 회화라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섞인 조크를 던져보고자 한 것이지요"
공씨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거쳐 전자공학과에 학사편입,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다시 서양화를 전공했다. 따라서 공씨의 설치작업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미술관입장료통
자동판매기등의 설치작품을 발표, 발상과 기법 모두가 독특한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