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감어른"
오쿠보는 걸으면서 창구멍 안의 히사미쓰를 바라보았다.

"이제 정치의 중심이 교토로 옮겨지겠지?" "그렇게 돼야지요" "이번
조치만으로도 충분히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잖아?" "예,그렇습니다"
오쿠보는 선뜻 대답을 했으나,속으로는 좀 우스웠다. 이번의 성과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두 사람이 막부의 권력을
황실 쪽으로 성큼 이동시키리라고는 믿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히사미쓰가 첫 에도행에서 자기의 요구조건만은 관철했기 때문에 몹시
도취가 되어 앞으로의 정국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게 눈에 보이는
듯 했던 것이다.

"나는 말이야 당분간 사쓰마로 돌아가지 않고 교토에 머물러야겠어.
그래서 황실을 움직이고, 막부를 조종해서 일본의 정치를 요리해 나가는
막후의 실력자가 되고 싶다구. 어때? 그럴 가능성이 있겠지?"
"예,대감어른,있고 말고요" "나는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뒤에서 정사를
조종하는게 더 재미있고 좋다니까. 허허허."
히사미쓰는 기분좋게 웃었다. 지금도 사쓰마의 섭정이니,자기 합리화의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쿠보도 그말에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말이 없다가, 히사미쓰는 다시 불쑥 입을 열었다.

"오쿠보" "예" "자네 말이야 그때 정말로 와키사카를 해치울 생각이었나?"
"아,그때 말입니까?예, 그럴 각오로 가슴에 단도를 품고 있었지요.
와키사카 노중이 끝까지 대감어른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뛰어들어가 처치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때 자네의 헛기침 소리에 나도 속으로 얼마나
놀랬다구" "그러셨습니까. 그렇게 해야 낌새를 알아차리고 와키사카
노중이 양보를 할 것 같애서." "잘했다구. 자네의 헛기침 소리를 듣고
글쎄,와키사카가 안색이 확 변하더라니까. 만약 자네가 그렇게 안했으면
그자가 끝내 버텼을지도 모른다구. 자네의 공로가 크지 뭐야, 헛기침의
위력이 컸다 그거야. 허허허."
히사미쓰가 웃자, 오쿠보도 기분이 좋아서 싱그레 웃음을 떠올렸다.

그러나 잠시 후, 웃음은 날아가고, 예기치 않았던 불상사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