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EC(유럽공동체)등 선진주력시장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이
갈수록 뒷걸음질치고있는 것은 한마디로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시장"인
선진국보다는 개도국특수에 안주해온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뒤집어 말하면 우리기업들이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등
후발개도국들의 추격에 떠밀리게되자 "탈출구"를 품질 마케팅등
비가격경쟁력강화에서 찾지않고 "대체시장으로의 피난"이란 임기응변으로
대처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중 우리나라의 총수출중에서 미 일 EC등 3대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 50%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어찌보면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좋게 보면 "수출시장이 그만큼 다변화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안으로 따져들어가 보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없다.

상공자원부는 이같은 현상을 "우리 기업이 단기채산성위주 경영전략을
펼쳐온 탓"으로 보고있다.
당장의 손익을 따지기에 앞서 시장관리를 중시하는 일본기업과 극히
대조적이라는 지적도 곁들이고있다.
한마디로 최근 중국과 동남아등 개도국수출이 호조를 보이자 채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주력시장에 대한 수출을 기피해왔다는 지적이다. 물론
기업들이 이같은 "선택"을 한데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 작용했기 때문일
수도있다.

그동안 누누이 지적돼왔듯 <>주력시장의 경기침체에 따른 수입수요둔화
<>선진각국의 수입규제강화와 경제블럭형성 <>후발개도국의 추격심화및
일본의 해외투자확대등 해외부문에서의 불리한 동향이 그런 예로 지적될
수있다. 또 국내요인으로는 <>수출주종상품의 가격경쟁력약화
<>수출상품의 고급화및 고부가가치화 지연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역시 우리상품자체의 경쟁력약화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미국수입시장에서의 우리수출상품점유율은 지난 88년
4.6%를 기록했으나 작년엔 3.1%로 급락했다. 제 아무리 미국경기가
나빠졌고 외국에 대한 수입규제공세가 강화됐다고 해도 우리의
대미시장점유율이 이처럼 크게 떨어진 데는 다른 "변명"이 있을 수없다.

상공부는 우리나라가 88년의 점유율을 지켰다면 90~92 3년동안 최소한
1백15억3천만달러는 더 수출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 "기회손실분"의 대부분이 중국 동남아등
후발개도국들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 기간중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하락에 따른 의류의 수출손실분은 27억달러인데 동남아국가들은
9억달러,멕시코가 7억달러어치 수출을 늘렸고 나머지는 중국이 갖고간
것으로 상공부는 분석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가격경쟁력에서앞서있어 우리시장을 "잠식"한데 따른 결과다.

그런데 간과할 수없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들은
우리나라가 이처럼 후발개도국들에 밀리고 있는 와중에서도 다른
선진국시장에서점유율을 크게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점유율을 크게 잃은 일본 편직제 의류시장에서 미국은 90년 점유율 4%를
92년엔 오히려 7.2%로 끌어올렸다. 일본 피혁제품시장을 또다른 예로
들더라도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88년의 42.5%에서 92년엔 31%로 떨어진 반면
같은기간중 EC는 34.7%에서 33.1%로 별다른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
선진국들은 소재 디자인등의 우위를 바탕으로 고부가제품을 꾸준히
개발,후발개도국들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총체적 경쟁력약화"를 보여주는 이같은 현실에 대해 상공자원부는
뒤늦게나마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나섰다. <>고유상표및 디자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독자적인 해외유통망확보를 유도키위한 투자유인책보강
<>주력시장마케팅 전문인력 양성 <>수출기업에 대한 시장정보제공확대
<>수출상품의 품질향상및 상품별로 특성있는 시장개척전략전개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주력시장에서의 수출동향을 "파란불""노랑불""빨강불"등
신호등체제로 관리, 시장개척및 산업구조조정전략과 연계시킨다는 구상도
내놓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정책지원에 앞서 기업들 스스로 "선진국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감내하겠다"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수출전략이
절실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김균섭상공자원부 수출진흥과장은 "선진국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은
개도국시장에서도 자연히 경쟁력을 갖게된다"며 "이런점에서 기업들의
목표시장은 선진국이 돼야하며 정부도 이에맞춘 수출진흥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