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기업의 종업원들이 힘을 모아 다섯달만에 사업을 다시 정상화시켜
화제가 되고있다.

초정밀 스위치를 생산하는 아연전자(대표 정광배)는 쓰러진 회사를
어떻게든 살려보자는 종업원들의 의지에 따라 지난 3월초 새로 출발했다.

아연의 전신인 태광전업이 부도를 낸 직후였다. 30여명의 관리직 종업원
들이 회사를 회생시킬수 있다며 당시 인사부장 이었던 정사장에게 회사 인수
를 종용했다.

정사장은 처음에는 사업자금도 없었을 뿐더러 부실경영으로 곪아터진 회사
를 정상화 시키기가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무척 망설였다.

그러나 태광의 부도가 전자산업의 경기침체에 따른게 아니고 부실경영에
따른 수주감소에 기인한다고 판단,인수를 결정했다. 부실의 원인을
도려내면 사업전망이 밝다고 확신해서이다.

태광이 부도를 낸 직접적인 원인은 경영주의 혈육경영 탓이었다고 한다.
사업의 핵심인 구매및 납품부문업무를 주로 친인척이 관리했다. 경영진의
귀와 눈이 막힐수 밖에 없었다.

원부자재의 구매가격이 완제품의 판매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 수지가
악화됐다. 품질과 납기는 엉망이었고 거래업체는 서서히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호황을 누렸던 87~89년까지만해도 연매출이 1백억원에 이르렀던 회사가
부도 직전에는 월간 매출이 2억원을 밑도는 부실업체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정사장은 회사를 인수하기로 마음먹고 친인척 친구등으로부터 5억여원의
사업자금을 끌어 들였다. 평범한 월급쟁이로선 크나큰 모험이 아닐수
없었다. 그리고 회사이름을 바꿨다. 태광의 간판을 내걸고 환부를 도려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음은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직생산체제를 갖췄다. 구두가 닳도록
뛰어다니며 생산인력 50명을 끌어모았다. 자체 생산비중을 60%로 높였다.

정사장은 이것만이 회사이미지를 제고시킬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비록 임대공장으로 사업의 첫발을 내딛지만 제품만은 최고로 만들어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이후 정사장을 중심으로 전사원들은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전사원이
오전7시30분에 출근하고 퇴근시간은 따로 없었다. 협력업체를 쇄신하고
종업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했다. 이같은 경영전략을 따를수 없는
사람은 회사를 떠나게했다. 태광의 30여 종업원중 절반이 이렇게 회사를
떠났다.

정사장은 노력한 만큼 결실을 맺을수 있었다고 말한다. 월간 매출이
두배정도씩 늘었다. 4월에 1억원이던 매출이 5월에는 2억1천만원,6월에는
3억원수준으로 불어갔다. 수주받은 것을 고려하면 7월 매출은 7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사이 브라질 홍콩등지로의 직수출비중도 30%까지 끌어올려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최근들어 국내의 거래업체가 아록의 제품을 높이 평가해 영업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정사장은 사업초기연도인 올해 흑자를 낼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자신을 포함해 종업원들이 자력으로 이만큼 사업을 정상화시켰으니 사기가
충천할 정도하고 한다.

정사장은 고속성장을 당분간 지속시키기 위해 지난19일 비상체제로의
돌입을 선포했다.

급성장 이후의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위해 전사원 생산 전사원 영업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종업원들의 뜻에 따라 세운 회사이니 만큼 전사원의 지속적인 노력이
없으면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하기 위한 것이다.

<이익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