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성의 대접견실이었다. 정면의 단상에 쇼군 도쿠가와이에모치(덕천
가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이에모치는 십사대 쇼군으로,열일곱
살이었다. 이이나오스케 일파의 힘에 의해서 열세살에 쇼군 자리에 오른
사람이었다.

단하의 양쪽에는 막부의 중신들이 늘어앉아 있었고,넓은 방의
한가운데에는 한 사람의 사신이 꿇어앉아 두 손을 방바닥에 짚고 있었다.
고메이천황(효명천황)의 칙사(칙사)인 오하라시게도미(대원중덕)였다.
그리고 오하라의 조금 뒤쪽에 또 한 사람이 역시 꿇어앉아 두 손을
방바닥에 짚고 있었다. 그는 시마즈히사미쓰였다.

히사미쓰는 교토로 가서 황실에 작용을 하여 결국 천황의 막부 개혁에
관한 칙서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칙사로 오하라가
결정되었고,히사미쓰는 자기의 천여 군사로써 칙사를 호위하여 에도로 오게
된 것이었다.

막부의 중신들은 칙사가 에도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당황했다. 난데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쓰마의 섭정인 히사미쓰가 군사를 거느리고
함께 온데 대하여 몹시 불쾌하게 여겼다. 특히 노중(노중)인
와키사카야스모리(협판안택),미즈노다다기요(수야충정),그리고
이다구라가쓰시즈(판창승정)는 분노하기까지 하였다.

"도대체 그자가 뭔데 군사를 거느리기까지 하고 에도에 나타나는 거야.
응?" "글쎄 말이야. 다이묘도 아니고,자기 아들의 섭정인 주제에 어디
감히 그따위 수작을.뭐,막부를 개혁하겠다고? 어디 한 번 개혁해 보라지"
"그런데 황실은 왜 그따위 인간에게 놀아나는지 알 수가 없군. 도무지
돼먹지 않았어"
이렇게 내뱉으며 그들은 처음에는 강경하게 칙서 거절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며칠 뒤 도리없이 쇼군으로 하여금 칙사를 접견토록
하기로 한걸음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중신들의 신중론과 또
에도의 번저에 와있는 여러 다이묘들의 압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루어진 쇼군의 칙사 접견이었다.

오하라는 자기가 황실의 칙사로서 고메이천황의 칙서를 가지고 온
아무게라는 것을 쇼군에게 아뢰었다. 그리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서 쇼군
이에모치에게 칙서를 봉정했다.

칙서를 받아서 펼쳐 읽어나가는 이에모치의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하얀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히 떠올랐다. 다 읽고나서 잠시 생각에
잠기는 둣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