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면에는 "개와 고양이"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함경도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그에 이어 변사의 해설이 시작된다. ".평화를 노래하고
있던 백성들이 오랜 세월에 쌓이고 쌓인 슬픔의 시를 읊으려합니다.
영진은 일본순경과 마주쳐도 뺨을 때리고 낫을 휘둘러댄다. 그러나
영진은 그의 아버지와 여동생 영희만은 아낀다.

어느날 동창생인 윤현구가 영진을 찾아온다. 현구를 알아보지 못하는
영진 대신에 영희가 접대를 한다. 영진의 불행을 걱정하던 두 남녀
사이에는 어느덧 사랑이 싹튼다.

농악제가 열리던 날 집안일을 하던 영희를 기호가 범하려 든다. 때마침
그곳에 들른 현구가 기호와 격투를 벌인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 보고
있던 영진은 환각에 빠진다. 사막에 쓰러진 두 연인이 지나가는 대상에게
물을 달라고 애원을 하자 대상은 물을 주는 대신에 여자를 끌어 안으려
한다. 그 순간 영진은 낫을 번쩍 들어 대상을 후려친다. 쓰러진 것은
기호였다.

영진은 피를 보자 맑은 정신을 되찾는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영진의 손에
포승이 묶여진다. 영진은 오열하는 마을사람들에게 외친다. ".이 몸이
삼천리강산에 태어났기에 미쳤고 사람을 죽였습니다.
영진이 왜경에 끌려 고개를 넘어가는 동안에 "아리랑"노래가락이 흐른다.

74년의 한국영화사상 첫 명작으로 꼽히는 "아리랑"(1926)의 줄거리다.
민족영화예술의 선구자였던 춘사 라운규가 각본 감독 주연을 맡아 일제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한민족의 비분을 분출시킨 작품이다. "아리랑"의
성가는 그 필름이 남아있지 않은 오늘날에도 전설이나 신화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주제가인 민요 "아리랑"이 분단된 조국에서 민족의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것에서 찾아진다.

그런데 그 소중한 "아리랑"필름을 비롯 나운규 작품 5편이 일본 나량의
소장자에게 남아 있다는 소식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소장자가 그
필름들을 내놓지 않아 벽에 부딪친 상태이긴하나 언젠가는 나운규의 절규와
당시 인기가수였던 이정숙의 애절한 "아리랑"노래를 들어볼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