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오르고 난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산이 거기에
있어 그저 갔을 뿐이다"라고 한 영국의 어느 등산가 말이 문득 생각난다.
가끔 산을 찾는 필자가 듣기에도 봄철 바람든 무 베어 먹듯 그저
무덤덤하고 푸석푸석한 느낌이다. 그 정도의 유명세와 업적이라면 극기
성취감 호연지기등 고상하고도 현란한 수사로 산행에 문외한들을 한번쯤
현혹시켰을 법한데 그저 그 한마디 뿐이다.

그러나 다시금 음미해 보면 장엄하고도 위대한 자연의 섭리에 그 이상의
표현방법이 있을수 없는 것 같기도하다.

동서증권 이리지점에 근무하는 직원들끼리 주말이면 가끔씩 인근에 위치한
산을 오르다보면 다른 유혹을 뿌리치고 산에 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진다. 누가 먼저 제안을 해서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
흔한 명칭조차도 처음에는 없었다. 가냘픈 들풀이 척박한 땅에 연약한
뿌리를 내려 가을이면 예쁜 꽃을 피우듯이 해가 가고 연륜이 쌓이다보니
동참자도 하나 둘 늘어나고 어느덧 역사도 깊어져 동서이리산악회란 이름도
얻게 됐다. 특별한 행사가 없는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가벼운 차림으로
회사앞에서 만나 미리 정해진 산으로 떠나는데 가끔씩 가족을 동반하기도
한다.

둥그렇고 야트막한 야산에서부터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고산준령에
이르기까지 제각기 색다른 가르침을 우리에게 준다.

포근한 정월 어느날 양지쪽에 소복이 쌓인 눈을 머리에 이고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으로 단장한 겨울산에서는 누천연 인고의 세월을 지혜롭게 살아온
어머니를 만난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산은 그 산이로되 갈 때마다 다른 산임을 느끼게 되고 내 자신도 또 다른
나임을 발견하게 된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그늘이 없다. 언제 보아도 땀에 얼룩진
얼굴에 부처님같이 은은한 미소가 남아 있다. 산에서 평생,아니 영원을
함께 할 자연의 풍요로운 미소를 배워온다.

늘 만나는 얼굴들,그러나 산에서 보는 동서증권 이리지점 산악회원
얼굴에는 또다른 참신함을 찾게 한다. 사무실에서 보지 못했던,느낄수
없었던 정감을 보고 느낄수 있다. 말없이 느끼는 일체감과 정감이야말로
산행에서 얻을수 있는 또 하나의 값진 결실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