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의 금융자율화및 시장개방계획에 대해 별다른 입장표명을 않던
미정부가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클린턴 미대통령을 수행했던 로렌스 서머스 미재무차관이 느닷없이
"자율화및 개방속도,투명성등에 대해 계속협의하자"며 오는9월
한미금융정책회의(FPT)개최를 요구해온 것이다. 문구만으로보면 의례적인
수위를 넘지않는 발언이긴하나 "비공식" 오찬석상에서 "공식"회의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9월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무부측은 이번 서머스차관의 발언에 그리 큰 걱정은 않고 있다. 그
이유로는 우선 이번 회동의 성격과 형식을 든다. 본래 계획에 없었으나
홍재형재무장관이 "손님대접"차원에서 오찬을 제의했다는 것. 공식적인
정책협의자리 자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당일 오전에 서머스차관이 우리나라에 진출한 미국계 금융기관지점장들을
만나 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항목을 언급하지 않았고 우리측의
계획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조차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한다.

특히 지난달 한미재계회의에서 서머스차관이 우리나라에대해
금융시장조기개방을 요구,긴장한적이 있으나 이날 오찬자리에서 정식해명이
있었다는 점도 덧붙이고 있다. 서머스차관이 "그당시 발언은 한국의 금융
자율화및 시장개방계획(블루프린트)을 지칭해 얘기한 것이 아니고 미국내
업계의 관심사항을 전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얘기다.

또 9월회의를 요구했지만 그렇지않아도 9월말 워싱턴에서 IMF IBRD총회가
열려 한미금융당국간의 접촉이 예정돼 있어 "특별한"의미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9월에 워싱턴에서 FPT가 열리더라도 심각할 정도의 공세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낙관만할수 있는 처지는 아니라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미측이 이번 방한때 우리의 금융개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것은 쌀시장개방반대등으로 분위기가 안좋았던 탓일뿐이라는
분석이다.

바꿔말하면 이는 한국의 금융개방이나 개방속도에 내심 불만이 적지않다는
얘기가 된다. 또 미정부가 정권교체기였고 한국역시 신경제5개년계획을
입안하는 중이어서 그동안은 추이를 지켜보는 자세를 견지해 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모임에서 핵심사항인 "자율화및 개방속도와 투명성"부분을 지목했고
홍장관과의 만남을 전후해 미국계 은행지점장들을 만나 동향을 소상히
파악한 점도 예사롭게 넘길수 없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미국내에
우리정부의 시장개방계획에 대해 불신의 벽이 상당이 높게 쌓여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9월 워싱턴회의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강도높은 요구가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우선 미측 최대의 관심사는 연내 시행으로 공표돼있는 2단계 금융자율화의
이행여부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자율화진전여부에 따라
개방추이가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채권시장조기개방과 증권투자허용폭 확대등도 거론대상으로
꼽고있다. 또 감독규정이 애매모호하고 94년이후의 추진일정이 포괄적
방향만 제시하고 있는 대목도 문제삼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9월회의에서는 우리측도 미국에 진출한 국내금융기관의 자유로운
활동을 요구할 예정이다. 국내금융기관의 지점이나 현지법인설립요건을
완화하고 검사기준을 개선하라는 것등이다. 실제로 미국에 진출한
국내은행에 대해 사무소의 지점승격이나 현지법인설립신청등이
BIS(국제결제은행)기준에 따른 자기자본비율(8%)미달등을 이유로 까다롭게
제한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연방정부와 연준리 주감독청등의 까다롭고
중복된 검사로 애로를 겪고 있기도하다.

우리측도 이같은 요구를 공식제기해 놓고있는 만큼 9월접촉은 예상보다
날카로운 신경전을 예상하고 대응해야한다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시장개방과 자율화일정이 우리의 계획대로 추진될수있도록 설득력있는
논리를 마련하는 한편 모호한 규정을 정비해 투명성을 높여야한다는
얘기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