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업종전문화시책이 발표되면서 대기업 집단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기업들은 "업종전문화=기술전문화"라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기술이 주도하는 세계 단일시장질서에
적응할수 없게된다. 몇년은 견딜수 있어도 몇십년이나 한세기를 넘어
생존할수 없게 된다.

기술전문화의 첫걸음은 "주력기술군"을 찾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 아니어도 좋다. 앞으로 세계 선두그룹에 끼일수 있는
기술군이면 된다.

첫째 자기회사의 기술중 가장 자신있는 "뿌리기술"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 기술이 독창적인 원천기술이면 더욱 좋다. 금년초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중 4번째로 선정된 3M사는 6만종이상의 테이프 관련제품을
내놓았는데 그 뿌리기술은 도장.접착기술이다. 도장.접착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제품인 샌드테이프에서 시작하여 스카치테이프,셀로판
테이프,인화지등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먼저 뿌리기술을 찾고 거기에서부터 줄기기술과 가지기술을 무성하게
성장시킴으로써 하나의 기술군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뿌리기술 또는 원천기술은 공정기술보다는 제품기술이어야 한다.
제품기술은 제품을 탄생시키는 기술이고,공정기술은 제품을 값싸고
신속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따라서 제품기술을 장악하지 못하면
공정기술로는 한계에 직면한다.

셋째 개발경험을 충분하게 축적한 기술을 골라야 한다. 과학은 비약할수
있다지만 기술은 쌓이면서 발전한다. 그래서 모든 기술은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축적된 과거를 갖고 있다. 그 과거와 현재를 미래로 연결하는
것이 기술개발 활동이다. 우리는 신일본제철의 사례를 알고 있다. 그
회사는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이지만,"철의 시대"에 대한 위기감을 직시하고
탄소섬유 파인세라믹스 반도체재료등의 신소재와 엔지니어링산업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철로 쌓은 풍부한 기초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다.

넷째 반드시 세계의 유행첨단기술일 필요는 없다. 모든 기술의 체계에는
대부분 틈새가 있게 마련이다. 세계의 거대기업들이 앞만 보고 질주하다가
건너뛰는 부분이다. 이러한 틈새기술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개발하면
국제화시대의 보완자역할을 수행할수 있게 된다. 선진기업들의 맥을
잡을수 있게 된다. 벨기에의 기업들이 이 전략을 많이 채택하고 있다.
그곳에서는 미국이나 일본등에 정면으로 도전해야 되는 대규모 투자분야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우리는 "한 우물을 파라"는 속담을 기억하고 있다. 전자공업의 왕국인
일본의 소니사가 자동차나 항공기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미국의 제약회사 머크(Merk)가 건설업을 영위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독일의 자동차회사 메르세데스 벤츠가 선박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한다. 전문업종은 전문기술에 바탕을 두고 선정되어야 하며,정성껏
가꾸어 세계적인 주력기술로 발전시킬때 명실상부한 일류기업으로 부상할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오늘만 살고 내일 도산할
것이냐,아니면 내일과 모래에도 번창하여 살아남을 것이냐. 이러한 선택이
개방화시대의 우리기업에 부여된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