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사우디아람코사가 서방의 메이저들을
능가하는 세계최대의 석유기업으로 등장하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정부는 지난주초 원유정제와 마케팅을 위해 지난88년
설립한 사마렉사를 사우디 아람코사에 합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채굴국에서는 이미 아람코사가 세계최대기업이었지만 원유정제와
시장마케팅등의 노하우에서는 오랜 역사의 서방메이저들을 따라갈수
없었다.

사우디정부의 이번 조치는 두개의 국영기업을 단일화시켜
세계최대산유국다운 시장지배능력을 키워보겠다는 구상이다.

아람코사는 원래 엑슨 모빌등 4개 메이저회사들이 공동출자로 세운
사우디내 회사였다. 지난 70년대 중동국가들의 자국내 외국기업을
국유화하는 바람이 불면서 아람코사는 사우디정부에 귀속되었다.

하루 산유량 8백만 배럴의 아람코사는 이제 사마렉사의 정유시설을
흡수함으로써 정유능력에서도 하루 3백90만배럴을 자랑하는 세계3위의
기업으로 올라서게 됐다. 이는 석유와 관련된 지상과 지하의 모든 활동,즉
원유채굴 정유 유통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때 아람코사가 석유관련
세계최대기업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우디정부의 이번 합병조치는 그러나 산유국의 국영석유기업들이
원유채굴이외의 석유사업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속에서
바라볼때 그 의미가 선명해진다.

OPEC(석유수출국기구)회원국등의 국영석유기업들은 그동안 단순한
원유채굴에 그치지않고 자신들이 끌어올린 원유를 가공해 소비자에게 직접
갖다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들은 원유채굴에서는 서방 메이저들에게 뒤질게 없었지만 정유와
마케팅기술및 자본력에서는 상대가 되지않았다.

이는 국영석유회사들과 서방메이저들이 석유와 관련된 여러분야에서
합작을 벌여야만될 상황을 조성했다.

아람코사 역시 3년째 미국내에서 텍사코(미국계메이저의 하나)사와
정유합작사업을 벌이고있다. 아람코사는 한국에서도 쌍용과 정유사업을
함께 하고있으며 최근에는 일본내에서도 일본석유등 3개사와 합작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와 함께 쿠웨이트 베네수엘라 오만 리비아등이 메이저를 비롯한
외국의 석유회사들과 정유합작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나라들이다.

사우디는 또 국유화조치로 외국기업을 내몰던 역사에서 전환해 국경을
열고 외국메이저들을 끌어들였다. 현재 얀부와 주바일의 유전지역에서
각각 모빌,로열더치셸그룹과 정유사업을 벌이고 있다.

원유채굴이외의 사업분야에서 국영석유기업들이 메이저의 노하우에
의존할수밖에 없는 현실속에서 사우디정부의 이번 조치는 그 의존의 틀을
깨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국영석유기업들이 그동안 해외에서 펼쳐온 정력적인 사업확대노력은 이미
국제석유시장의 판도를 상당폭 변화시키고 있다.

아람코사를 비롯 베네수엘라 이란 멕시코의 국영기업들이 전체적인
석유사업규모면에서 모빌,BP(브리티시 피트롤리엄)등 전통의 메이저를
능가하고 있다.

정유능력면에서는 엑슨,로열더치셸,모빌,셰브론등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국영석유기업들의 능력확장세는 가속도가 붙어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국제석유시장전문가들은 국영기업들이 해외에서의
유전개발경험부족과 자본력,정제와 유통기술의 축적된 노하우부족등으로
당분간 메이저들의 아성을 갉아먹고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하지만 사우디정부의 이번 조치로 단일화된 아람코사가 탄생하는 것은
메이저에 의해 만들어진 기업이 국유화를 거쳐 메이저를 능가하는 기업으로
도약하는 첫걸음이란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합병으로 다시 태어날 아람코사의 구체적인 형태는 이 회사의 알리
나이미부회장이 이끄는 실무반에 의해 수개월내에 결정될 전망이다.

<박재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