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서독이 전후의 폐허에서 짧은 기간 동안에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 경제이면서도 사회 복지제도가 잘된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게된데는 독일인의 근면성,축적된 기술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 특유의 시장경제체제인 이른바 "사회적 시장경제"에
있지않나 생각된다.

사회적 시장경제란 자유경쟁의 원리와 사회적 형평의 원리를 잘 접목시킨
체제로서 시장경제의 장점인 경쟁을 촉진시키는 한편 시장의 실패에서 오는
부작용을 사회정책의 개입을 통해 제거내지 완화함으로써 효율과 형평을
동시에 달성코자 하는 경제정책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책을 지난
수십년동안 꾸준히 추진,구서독은 세계의 어느나라보다도 자유롭고 개방적
경제이면서도 분배나 복지가 잘된 사회국가(Sozialstaat)를 형성하였으며
이것이 밑바탕이 되어 통일을 이룩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신경제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우리
나름대로의 경제질서를 모색하는 과정에 있음을 감안할때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원칙과 기초를 논하고 생성 발전
왜곡및 방향수정에 대해서 고찰하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90년대에
독일이 처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또 EC에 대해서는 유럽을
위한 시장경제정책의 미래상까지 제시하고 있어 독일의 경험을 전하고
있는것 이외에도 미래의 경제정책과 국제경제질서의 방향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책의 저자인 오토 쉴레히트는 질서자유주의학파의 본산이라 할수 있는
프라이브르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후 50년대초부터 40년동안 구서독
연방정부의 경제부에 근무했다. 1991년 경제부를 떠나 지금은 사회적
시장경제를 현실경제에 도입하여 라인강의 기적을 가져온 루드비히
에르하르트를 기념하기 위하여 설립된 에르하르트재단의 총재로 일하고
있다. 저자가 동재단의 총재로 선임된 것도 에르하르트밑에서 경제정책의
실무책임자로 일하였을 뿐만 아니라 65년부터 정년퇴임까지 무려 25년동안
경제부의 정무차관을 지내면서 사회적 시장경제의 도입과 실천에 많은
공적을 남겼다는 것이 충분히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사회적 시장경제에 대한 단편적인 소개와 논란은
있었으나 아직까지 이를 체계적으로 소개한 책이 없던 차에 본서의 출판에
대하여 상당한 반가움을 금할수 없다.

또한 이 책은 기존의 번역서와는 달리 여러명의 현직교수및 경제학
박사들이 경제정책 연구회를 구성하여 전공분야별로 나누어 번역상의
오류를 극소화하려는 노력을 추구하였으며 번역과정에서 국내에서 소개되지
않은 새로운 개념의 소개를 위해서도 고심한 흔적인 여러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비봉출판사간)
김 적 교
<한양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