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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 이영조 고려대 교수 .. 개혁엔 권위집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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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현정부의 개혁추진방식에 대해 군사독재에 버금가는
    문민독재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울러 "사정-의식-제도"로 이어지는
    3단계 개혁론에 대해서도 법치가 아닌 인치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비판은 말로는 쉬운 개혁이 실제에 있어서는 얼마나 어려운지,또
    얼마나 세련된 정치기술이 필요한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는 모르나 성공적인 민주개혁을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집행이 오히려 필요할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개혁의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먼저 개혁 반대세력과 지지세력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개혁으로 혜택을 보게 될 다수의 사람들이 모두 개혁의 적극적인 지지자가
    될것 같지만 이들은 고작해야 미온적인 지지자에 불과하다. 개혁에
    기여하든 않든 일단 개혁이 이루어지면 그 혜택은 누구에게나 돌아가는
    터에 굳이 기득권층의 보복을 무릅쓰면서까지 적극적인 지지행동에 나설
    이유가 없다. 익명성이 보장된 여론조사에서는 쉽게 개혁에 박수를
    보내지만 막상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에 맞닥뜨리면
    모두 꽁무니를 빼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모두가 "무임승차"하려고 든다.
    반면에 개혁으로 피해를 볼 기득권층은 숫자는 적지만 적은 만큼 오히려 더
    완강하게 일치된 반대를 편다. 따라서 개혁가의 길은 외롭고 험난하다.
    게다가 개혁의 실제집행은 상당부분이 바로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할 기구와
    인사들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을 성공적으로 펴기
    위해서는 개혁가에게 권위가 집중되는 것이 필요하다.

    문민대통령이 군부출신대통령 이상으로 거의 독재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 자체만을 놓고 보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문민대통령의 가히 제왕적이라고 할 권위는 유독 우리나라에 특유한 현상은
    아니다. 권위주의로 이행한 거의 모든 나라에 공통된 현상이다.
    선거절차는 민주화되었지만 국가기구나 인사면에서 권위주의의 유산이 채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선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진정으로 통치권력을
    위임받은 것은 자신밖에 없다고 여기게 되며 다른 사람들 또한 이를
    인정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신생민주주의는 제왕적 대통령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이같은 집중된 권위는 남용의
    소지도 있지만 다른 한편 개혁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개혁의 또다른 어려움으로 변화를 통제할수 있는 능력이 개혁가에게
    요구된다. 혁명가는 현상을 타파할수만 있으면 모든 변화가 다 가치가
    있다. 전반적인 변화보다는 부분적인 변화,그리고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개혁가는 개혁의 유형.시기.방법에 대해 훨씬 더
    선택적이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하버드대학교의 새뮤얼
    헌팅턴교수는 점진적인 파비안 전략(Fabian strategy)과 전격전
    전술(Blitzkrieg tactics)을 결합할 것을 제안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개혁가는 복잡하게 얽힌 이슈를 분리하고 시기가 무르익었을때 각
    이슈를 하나씩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함으로써 반대자들이 미처 세력을
    규합할 시간적인 여유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한 개혁은
    대체로 이러한 전략전술을 어기고 있다. 이슈를 분리하기보다는 결합하여
    여러 날을 지닌 칼을 만들기도 하고 민주적인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명분하에 설익은 계획을 여론에 부쳐 지지세력보다는 반대세력을 더 많이
    규합한 경우도 있다.

    개혁의 요체는 어디까지나 반대세력의 고립화와 기습에 있음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분명한 개혁복안을 갖고있으며 단지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뿐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믿고서 기다릴 필요가있다.

    현정부의 개혁추진에 있어서 진짜 우려되는 것은 다른데있다. 개혁
    이슈들을 분리시키려고 애쓰고 있는것은 분명하지만 각 이슈를 제기하는
    시간적 간격이 너무 짧다는 점이다. 아무리 분리시켰다고는 하지만
    시간적으로 압축된 개혁일정은 개혁의 반대자들을 규합시키는 뜻밖의
    부작용을 낳을수 있다. 갑은 제1의 이유로,을은 제2의 이유로,병은 제3의
    이유로 개혁조치에 반대하겠지만 세이슈가 거의 동시에 제기될경우
    갑.을.병은 각각 다른 이유에서이긴 하지만 거의 동시에 개혁에 반대하게될
    것이다.

    압축된 개혁추진일정은 또한 개혁지지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수준까지 제고하는 부작용도 낳을수있다. 이렇게 된다면 개혁은
    반대세력과 지지세력 모두로부터 협공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전의
    질서에서 혜택을 누렸던 보수세력에 있어서 개혁은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보이는 반면에 급격한 변화를 원하는 지지세력에게는 개혁이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보이게 될것이다. 두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싸울경우 개혁은
    좌초할 공산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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