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치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치개혁문제로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야당은 17일아침 사쿠라우치 중의원의장에게
내각불신임결의안을 제출했다. 내각불신임안은 사회 공명 민사3당이
주축이 됐지만 표결시에는 일본신당 공산당 사민당도 모두 동조키로 합의한
상태이다.

여당인 자민당일각에서도 야당안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하타(우전)파는 야당안에 찬성키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선또는 재선의 신진의원들이 중심이 된
"개혁추진의원연맹"도 야당측과 공동보조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중의원에서 18일 처리토록 돼있는 내각불신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불신임안이 가결될 경우 미야자와 기이치총리는
내각총사퇴 또는 중의원해산과 총선거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미야자와총리는 내각총사퇴를 고려하고 있지않아 중의원해산
총선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내 주요 파벌들은 16일밤 집안단속강화에 들어갔다. 만약 야당안에
찬성하는 의원은 제명키로 했다.

미야자와총리는 오는 7월7일부터 동경에서 G7회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정치혼란은 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당내 이탈자가 생겨 불신임안이
가결될 공산이 크면 국회에서의 결의전에 중의원해산을 결행하는 방안도
시나리오에 담고있다. 이는 헌법7조에 명시된 총리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자민당 내에서는 중의원 해산시 7월4일 공시 7월18일투표의 안과 11일
공시 25일 투표의 두가지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중의원의원수는 4백97명이다. 가부동수일 경우에만 태도를 표명할수
있는 사쿠라우치 의장을 빼면 과반수는 2백49명. 자민당계 의원수는
2백78명인데 비해 야당은 2백18명.

이에따라 불신임안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룹은 "가네마루신사건"을 계기로
다케시타파에서 뛰쳐나간 하타파의원 35명. 야당과 이들이 전원
불신임안에 찬성하면 찬성 2백53표대 반대 2백43표로 가결된다.

또 자민당내 신진의원그룹 61명(하타파포함)이 보수그룹에 불만을 품고
전원 결석할 경우에도 2백17(자민)대 2백18(야당)로 역시 가결가능성이
크다.

이에따라 18일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원래 일본의 이번 정치개혁의 초점은 앞뒤가 바뀐감이 있다. 당초는
가네마루신전자민당부총재의 불법정치헌금및 탈세사건을 계기로 "깨끗한
정치"가 최대의 이슈였었다. 정치헌금을 대폭규제,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논의가 활발했다. 그러던 것이 정치헌금 규제문제가 흐지부지되고
국회의원선거제도문제로 대체됐다.

파벌정치의 폐단을 타파하고 정권교체의 길을 열어야한다는 당위론이
제기됐다. 여당인 자민당은 단순소선거구제를,야당은 단순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제를 가미한 단순소선거구비례대표병용제를 주장했다. 물론
자민당 내에서는 현재의 중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보수세력도 만만치
않다. 각정당 각파벌들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결국 정치개혁은 공중에
뜨게 됐다.

이로써 기회있을때마다 "이번 회기말(20일)까지 정치개혁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해온 미야자와총리는 국민들로부터 "사기꾼"소리를
듣게됐다. 미야자와총리가 국회를 해산,총선거를 실시한다해도 국민들의
지지도는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총선거에서 여야가 역전되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야자와총리는 "끝"이다.

이런 공기를 감안,자민당내 각 파벌들간에는 포스트 미야자와를
겨냥,총리후보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오부치파(구다케시타파)의
하시모토 류타로(전대장상),고토다 마사하루 부총리겸 법상(무파벌)등이
거론되고 있다.

오자와전자민당 간사장계의 하타파가 불신임안에 찬성할 경우 자민당은
사실상 분열되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되면 하타 오자와그룹과 일본신당등을 망라한 또다른
신당이 출현할수 있다고 점치기도 한다. 본격적인 일본정계개편이라는
얘기이다. 거대신당이 출현할 경우 전후 일본정치를 이끌어온
자민당지배도 막을 내리는 셈이다.

그만큼 이번 일본 야당에 의해 제출된 내각 불신임안의 통과여부는 큰
중요성을 갖는다.

미야자와내각이 총사퇴하거나 해산될 경우 동경G7회의및 미일간
경제협력,일본의 경제정책추진등에도 일정기간 공백또는 지연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정국불안은 엔화강세를 진정시켜 산업계에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역설적인 해석도 있다. 어쨌든 일본의 정치상황변화는 세계경제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동경=김형철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