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30년이란 짧은 기간의 산업화과정에서 권위주의적 정치
행정이 경제 교육 문화등 사회 모든분야를 경직시키는 현상을 경험했다.

이같은 유산은 기업경영에도 영향을 미쳐 기업들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추구에만 몰두하는 천민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렸다. 현재 우리
기업이 안고 있는 한국적 고질병은 크게 다음 세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 "뒷거래 없는 사업은 없다"는 생각이다. 이는 부인할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뒷거래를 위한 부정한 자금이 조성되는 과정에서 부동산투기
사채놀이등 기업주 개인의 부당한 음성소득이 축재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인한 폐해를 근절하지 않고는 우리는 참다운 문명사회를 만들수 없다.
특히 앞으로 시행될 금융실명제에 적응하기 위해서도 기업들은 "검은 돈"의
수요를 조속히 없앨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은 자식한테 물려주는 것"이라는 사고이다.

기업은 조직에 의해 움직이며 조직력이 강해야 국제경쟁에서 이길수 있다.
또 조직의 힘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우수한 인재의 등용보다 혈연에
집착한 인사행태를 보이면서 사원들의 주인의식이나 근로의욕을 기대할순
없다. 이는 경영합리화나 생산성향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노사관계는 이해가 대립된다"는 시각이다.

특히 지난 수년간의 첨예한 노사대립은 이같은 시각을 더욱 부채질한
면도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시행착오는 경영자와 근로자가 서로를
걱정해주는 건실한 노사관계의 확립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더욱이 시설투자보다 우수한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가 중요성을 더해가는
정보화사회에선 노사간 일체감이야말로 기업발전의 필수요소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노동에서 기술노동으로,생산자보호에서
소비자주권우선으로,저급품생산에서 고급품생산으로 ,큰것이 아니라
작은것이 아름다운 시대로 바뀌는 전환점에 서 있다. 이같은 변화의
시대에 우리기업도 뒷거래를 밝은 거래로,가족경영을
전문인경영으로,노사대립을 노사화합으로,중앙집권적 기업조직을 분권적
조직으로 바꾸어야한다. 기업인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는한 이러한
탈바꿈은 불가능하다.

지금 새로운 기업철학의 확립이 절실한 것도 이때문이다.

우선 기업에 대한 소유의식을 관리의식으로 전환해야한다. 기업은
내것,내가족것이 아니라 우리 종업원 모두의 것,사회에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다같이 사는 생활의 터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한다. 기업주는
단지 기업을 잠시 맡았다가 사회와 후진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는 기업관을
확립해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 기업의 이익추구도 전체 사회이익에 위배되는 경우 과감히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익이 생기지 않으면 기업생존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의 이윤추구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익추구가 환경보전등 사회이익에
반한다면 기업은 사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사회와 동떨어진 기업은
존재할수 없기때문이다.

셋째 노사라는 단어가 사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영자는 단지 조금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근로자이며 근로자 또한
자기직무안에서 경영마인드를 갖고 일하는 주주가 되자는 것이다.

경영자와 근로자가 더불어 사는 기업환경을 조성하고 누구라도 실력에
의해 최고경영자까지 올라갈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공사를 엄격히 구분해 낭비적 요소를 제거해야 할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습성은 기업경영에서 너무나 공사구분에 둔감했던게
사실이다. 부지불식간에 회사 것과 내것을 혼동하고 이를 당연한것으로
여겨왔다. 이같은 관행은 과감히 단절하고 사생활에서도 근검절약을
실천해 기업의 불필요한 낭비를 최대한 줄여야 할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경유착이나 부정로비활동 뒷거래등 정직하지 않은 모든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특히 개인의 사욕을 충족시키기위한 부동산
투기,탈세등은 이 시점부터 딱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종업원이 기업주를 믿지않고 기업회계를 불신하며
근로의욕을 상실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노사화합은 절대 기대할수
없다.

깨끗한 기업주야말로 종업원으로부터 존경받고 기업을 발전시킬수 있는
참다운 경영자가 될수있는 것이다.

우리기업이 안고있는 병폐는 이론이 아니라 오직 실천만으로 해결할수
있다. "기업인 신생활운동"은 이같은 실천의 확산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이는 부정부패추방등 도덕적 차원의 운동이 아니라 우리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절실한 부르짖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