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159) 제1부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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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혈이 뚝뚝 듣는 이이나오스케의 대가리를 들고 지사에몬은
필사적으로 달렸다. 어디로 간다는 목적도 없었다. 그저 도망쳐야
한다,도망쳐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머리 속의 아득한 곳에서 "여보-
돌아와야 돼- 기다릴께-"하고 애절하게 소리치던 마쓰코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호위병들은 자객들의 칼에 수없이 쓰러졌지만,그래도 절반 가량은
살아남아서 사방으로 도망치는 자객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이이나오스케의
머리를 들고 도망가는 지사에몬의 뒤로는 대여섯 사람이, "저놈 잡아라!"
"잡아 죽여라!"
고함들을 지르며 쫓아갔다.
어느덧 바람은 멎고,눈발도 성글어져 한잎 두잎 나부끼고 있었다. 마치
대사(대사)가 끝난 뒤의 정적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날씨였다.
어떤 경우든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가 빠른 법이다. 필사적이니 말이다.
지사에몬은 순식간에 광장을 벗어나 골목길을 이리 꼬불 저리 꼬불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나 그도 추격자들을 따돌렸다는 생각이 들자 절로 긴장이 풀리면서
달리는 발길이 느려졌다. 그리고 숨도 가빠왔다. 몸 한쪽이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적들의 피가 튀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언제 베였는지 한쪽 어깨의 옷이 찢기고 살이 갈라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칠대로 지친 지사에몬은 자기 몸에서 흐르는 피를 보자 그만 정신이
얼얼해지며 다리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담벼락에
아무렇게나 풀썩 기대섰다. 여전히 한쪽 손에는 이이나오스케의 대가리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한잎 두잎 나부끼던 눈도 멎었다. 백설에 뒤덮인 골목 안은 호젓하기
이를데 없었다. 조금 전의 아수라판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고요함이었다.
지사에몬은 정신이 몽롱해지며 절로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리고 무거운
몸뚱이가 담벼락을 미끄러지듯 눈 위로 스르르 주저앉았다.
이이나오스케의 대가리도 눈위에 굴렀다. 그러나 지사에몬의 한쪽 손은
무의식중에도 그 존마게를 불끈 거머쥐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기 있다!" "저놈이다!" "틀림없다!잡아라-"
요란한 고함소리와 함께 네댓 명의 사무라이가 골목길을 우루루 달려왔다.
필사적으로 달렸다. 어디로 간다는 목적도 없었다. 그저 도망쳐야
한다,도망쳐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다. 머리 속의 아득한 곳에서 "여보-
돌아와야 돼- 기다릴께-"하고 애절하게 소리치던 마쓰코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호위병들은 자객들의 칼에 수없이 쓰러졌지만,그래도 절반 가량은
살아남아서 사방으로 도망치는 자객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이이나오스케의
머리를 들고 도망가는 지사에몬의 뒤로는 대여섯 사람이, "저놈 잡아라!"
"잡아 죽여라!"
고함들을 지르며 쫓아갔다.
어느덧 바람은 멎고,눈발도 성글어져 한잎 두잎 나부끼고 있었다. 마치
대사(대사)가 끝난 뒤의 정적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날씨였다.
어떤 경우든 쫓는 자보다 쫓기는 자가 빠른 법이다. 필사적이니 말이다.
지사에몬은 순식간에 광장을 벗어나 골목길을 이리 꼬불 저리 꼬불
정신없이 달렸다.
그러나 그도 추격자들을 따돌렸다는 생각이 들자 절로 긴장이 풀리면서
달리는 발길이 느려졌다. 그리고 숨도 가빠왔다. 몸 한쪽이 온통 피에
젖어 있었다. 적들의 피가 튀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니었다. 언제 베였는지 한쪽 어깨의 옷이 찢기고 살이 갈라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칠대로 지친 지사에몬은 자기 몸에서 흐르는 피를 보자 그만 정신이
얼얼해지며 다리의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담벼락에
아무렇게나 풀썩 기대섰다. 여전히 한쪽 손에는 이이나오스케의 대가리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한잎 두잎 나부끼던 눈도 멎었다. 백설에 뒤덮인 골목 안은 호젓하기
이를데 없었다. 조금 전의 아수라판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고요함이었다.
지사에몬은 정신이 몽롱해지며 절로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리고 무거운
몸뚱이가 담벼락을 미끄러지듯 눈 위로 스르르 주저앉았다.
이이나오스케의 대가리도 눈위에 굴렀다. 그러나 지사에몬의 한쪽 손은
무의식중에도 그 존마게를 불끈 거머쥐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저기 있다!" "저놈이다!" "틀림없다!잡아라-"
요란한 고함소리와 함께 네댓 명의 사무라이가 골목길을 우루루 달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