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도순경 사망사건"에 대한 사흘째 경찰수사가 이렇다할 수사단서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원점을 맴돌고 있다.
서울경찰청소속 정예 수사요원들이 대거투입된 이번사건 수사팀은 그동안
사건현장 일대에서 연행된 대학생 3백20여명과 진압경찰관, 주변목격자 10
여명을 상대로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범인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만
한 진술을 거의 얻어내지 못했다

이는 연행된 대학생들이 한결같이 폭행가담을 부인하는데다 진압경찰관,
주변목격자들도 김순경이 "어떻게" 맞았는지에 대해서는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으나 정작 "누가" 때렸는지에 대해서는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
더욱이 사건직전 상황에 대한 경찰의 발표와 주변 목격자들의 증언이 크게
엇가려 수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찰은 진압경찰및 주변목격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내세우며 김순경등 20여
명이 시위대 6~7백명을 추격하던중 가방에서 일제히 꺼내 던진 돌에 김순경
이 맞고 쓰러지는 순간, 20~30명의 학생들이 달려들어 5분동안 발로 밟고
각목으로 구타했다고 발표하고 깨진벽돌 등을 증거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현장 바로옆 의류공판장에서 근무하는 한신호씨(20)는 "김순경
이 돌에 맞고 쓰러진 것이 아니라 골목을 빠져나오다 빗길에 미끄러졌고 뒤
쫓아온 학생 대여섯명으로부터 발길질을 당했다"면서 경찰의 "추격-후퇴-(
김순경 구타)-재추격"에 이르는 시간이 3~4분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
하고 있다.

또 약 40미터쯤 떨어진 2층 중국집에서 현장을 내려다봤다는 김윤관씨(30)
도 학생들이 돌이나 각목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빗길에 미끄러진 김순경을
열댓명이 약15초동안 구타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목격자들은 김순경이 쓰러지기 이전까지
두어차례 골목을 따라 쫓고 쫓기는 공방전이 벌어지는 와중에 학생들이 죽
봉을 휘두르는 경찰에 무수히 구타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증언들이 김순경을 사망케한 시위대학생들의 잘못을 덮어줄
수 없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증언들은 경찰이 발표한 사건개요가 전후상황을 무시한 채 경
찰에 유리한 쪽으로만 의도적으로 부풀려졌다는 비판과, 이번수사가 지금처
럼 죽은 사람은 있으나 죽인 사람은 나타나지 않은채 장기화할 경우 자칫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파행수사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