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154) 제1부 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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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둥 둥둥둥.
에도성의 높다란 성루에서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등청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곧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중신들이 차례차례 등청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대신격인 노중(노중)들이 순번대로 가교에 몸을 싣고
"도모마와리"(공회:경호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쿠라다문으로 해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사쿠라다문은 중신들이 출입하는 성문이었다.
눈은 어느덧 큼직큼직한 함박송이가 되어 푸덕푸덕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노중들이 전원 등청을 마치자,맨 나중에 총리대신격인 대로(대로)의
행렬이 천천히 나타났다. 말할 것도 없이 이이나오스케의 등청이었다.
히코네번의 문장(문장)을 그려넣은 번기(번기)를
앞세우고,"도모가시라"(공두:경호대장)의 지휘하에 이이나오스케가 탄
가교들 앞뒤에서 호위하며 행렬은 서서히 성앞의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제각기 정해진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객들은 그 행렬을 보자 바짝
긴장이 되었다. 돌격좌조의 동지들과 함께 광장 가의 높다란 담벼락
밑에서 중신들의 등청을 구경하는,시골에서 온 사무라이처럼 서성거리고
있던 지사에몬은, "드디어 때가 왔군" 하고 중얼거리며 왼손으로 옆구리에
찬 칼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행렬 선두의 번기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쏟아지는 함박눈 속에서도 히코네번의 번기는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시뻘건 빛깔이었기 때문이다. 히코네 번저의 대문이 온통 붉은
빛이고,다이묘의 저택 역시 지붕에 붉은 기와를 얹었듯이,깃발도
적색이었다. 히코네번의 이이가(정이가)는 윈래 붉은 색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근황의 지사들은 히코네번의 다이묘이며 대로인
이이나오스케를 흔히 적귀(적귀)라고 부르고 있었다.
적귀인 이이나오스케는 가교의 창구멍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아침부터 웬
눈이 이렇게 오지. 하늘도 참 변덕이군. 봄인데 함박눈이라니." 하고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오늘 저녁에 영국
대사관에서 만찬이 있는데,이렇게 함박눈이 쌓여서야 어디 갈 수가 있겠나.
허,그것 참." 하고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사무라이 세 사람이, "청원을 올립니다-청원을
올립니다-"
냅다 소리를 지르며 행렬의 앞쪽으로 달려와서 눈 위에 덥석덥석
꿇어앉았다.
에도성의 높다란 성루에서 북소리가 울려퍼졌다. 등청 시각을 알리는
북소리였다.
곧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중신들이 차례차례 등청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대신격인 노중(노중)들이 순번대로 가교에 몸을 싣고
"도모마와리"(공회:경호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쿠라다문으로 해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사쿠라다문은 중신들이 출입하는 성문이었다.
눈은 어느덧 큼직큼직한 함박송이가 되어 푸덕푸덕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노중들이 전원 등청을 마치자,맨 나중에 총리대신격인 대로(대로)의
행렬이 천천히 나타났다. 말할 것도 없이 이이나오스케의 등청이었다.
히코네번의 문장(문장)을 그려넣은 번기(번기)를
앞세우고,"도모가시라"(공두:경호대장)의 지휘하에 이이나오스케가 탄
가교들 앞뒤에서 호위하며 행렬은 서서히 성앞의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제각기 정해진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객들은 그 행렬을 보자 바짝
긴장이 되었다. 돌격좌조의 동지들과 함께 광장 가의 높다란 담벼락
밑에서 중신들의 등청을 구경하는,시골에서 온 사무라이처럼 서성거리고
있던 지사에몬은, "드디어 때가 왔군" 하고 중얼거리며 왼손으로 옆구리에
찬 칼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행렬 선두의 번기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보았다.
쏟아지는 함박눈 속에서도 히코네번의 번기는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시뻘건 빛깔이었기 때문이다. 히코네 번저의 대문이 온통 붉은
빛이고,다이묘의 저택 역시 지붕에 붉은 기와를 얹었듯이,깃발도
적색이었다. 히코네번의 이이가(정이가)는 윈래 붉은 색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근황의 지사들은 히코네번의 다이묘이며 대로인
이이나오스케를 흔히 적귀(적귀)라고 부르고 있었다.
적귀인 이이나오스케는 가교의 창구멍으로 바깥을 내다보며, "아침부터 웬
눈이 이렇게 오지. 하늘도 참 변덕이군. 봄인데 함박눈이라니." 하고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오늘 저녁에 영국
대사관에서 만찬이 있는데,이렇게 함박눈이 쌓여서야 어디 갈 수가 있겠나.
허,그것 참." 하고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때였다. 난데없이 사무라이 세 사람이, "청원을 올립니다-청원을
올립니다-"
냅다 소리를 지르며 행렬의 앞쪽으로 달려와서 눈 위에 덥석덥석
꿇어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