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제일제당을 손복남씨측에 넘기기로 함으로써 손씨의 남편이자
고이병철회장의 장남인 맹희씨(62)의 거취가 주목되고있다. 맹희씨는 10일
호텔신라에서 기자와 만나 "제당의 경영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분리결정사실을 언제 통보받았는지.

"삼성그룹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고
알았다. 올들어 이건희회장과 만난적도,전화통화한적도 없다. 이런
변화가 있으리라는 짐작은 했으나 예상보다 빨라진것 같다"
-삼성그룹의 이번 조치에 만족하는가.

"만족이고 불만이고 없다. 무감각하다. 다만 선대회장의 유지대로
된것같지는 않다. 선친이 살아계실때 우리 3형제(맹희 창희 건희)에게
무엇무엇은 누가 맡고 하는 말씀이 있었는데 그대로 안됐다.

-어떤 기업을 넘겨받기로 돼있었나.

"제당말고도 안국화재 중앙개발등.. 자세히 밝힐수는 없다.
안국화재등에 대한 추가분리와 관련된 얘기를 전해들은적이 없다. 이번
그룹발표를 보면 삼성생명 삼성증권등을 중심으로 금융부문을 핵심사업으로
키울 모양인데 안국화재를 넘겨받는것은 쉽지 않을것 같다.

-제일제당은 어떤 방식으로 인수하게 되는지.

"아들(재현씨)이 경영을 맡게 될것이므로 자기가 알아서 할것이다. 서로
출자한 지분을 바꾸고 일부는 증여받고 그런식으로 될것 같다"
-재현씨가 33세로 너무 젊은데..

"잘할것이다. 나도 그 나이때 제당의 경영을 맡아 미풍공장을 짓고
안양골프장도 만들었다. 제당의 인천공장을 지을때 처음 1만평으로
시작하려했으나 내가 우겨 5만평으로 늘렸다. 물론 실수도 있겠지만 젊은
시람의 혈기가 갖는 장점이 많다. 또 요즘 젊은 사람들은 첨단기술에 대한
마인드가 있어 우리보다 낫다"

-경영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앞으로도 관심을 두지 않을것이다. 나는 야인이다. 아들이
제당을 인수한다고해서 기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제당은 물론
안국화재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있다. 안국화재 사옥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다만 제당의 자생력이 부족한 점이 걱정된다. 내가 보기엔
삼성그룹내에서도 독립적으로 자생력을 갖춘 기업은 전자 생명 제일모직등
몇개에 불과할뿐 나머지는 계열사 상호간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재벌해체가 어려운 것이다. 제당의 경우 지금은 어렵지만 식품분야에서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커 잘만하면 기업을 확장해나갈수 있다. 그렇다고
관심을 갖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제일제당의 완전한 분리독립은 언제쯤 이뤄질 것으로 보는지.

"삼성그룹의 뜻에 달려있지만 1~2년안에는 어려울것 같다. 91년11월
분리를 선언한 한솔제지(전주제지)와 신세계백화점이 지금 독립된 경영을
하고 있으나 아직 공정거래법상 계열사로 묶여있어 사업을 확장하고 돈을
빌려쓰는데 크게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주로 대구에 있으면서 분재가꾸기와 유기질비료개발에 힘을 쏟고있다.
유기질비료에 평소 관심이 많았고 특별히 할일도 없고해서 지난달
제일비료라는 회사를 만들어 고향인 의령에 조그만 공장을 짓고있다. 또
책도 많이 보고 여행도 자주 다니는 편이다. 책은 소설보다는 경제와
관련된 것이나 에너지 우주 항공 식품공학 반도체등 첨단기술서적을 1년에
1백~2백권쯤 읽는다. 여행은 안다녀본데가 거의 없고,곧 베트남 중국등을
돌아볼 계획이다"
-서울에는 자주 오는지.

"동생(이건희회장)에게 부담주기 싫어 자주 오지 않으려하지만 요즘은
비료사업때문에 빈번하게 다니는 편이다. 서울에 오면 장충동 집에 계시는
노모(박두을씨)를 매일 찾아뵙고 대구에 있을때도 이틀에 한번씩은 전화로
문안인사를 한다"
-친구들은 가끔 만나는지.

"대구에 경북고시절 친구가 많다. 정호용 김윤환 김복동의원등을 자주
만나 세상돌아가는 얘기 많이하고 있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