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의 가정의례형태를 보면 한마디로 "법 따로 현실 따로"라고
할수 있다. 원래 법이란 현실을 규제하는 것이므로 법과 현실사이에는
어느정도 괴리현상을 빚게 마련이지만 가정의례에 관한 법령만큼
괴리현상이 심해지면 그 법령의 존폐문제마저 대두하게 된다.

가정의례에 관한 법령이 시행된지 약20년이 되는데도 당국의 단속이
완화되면 호화 사치성풍조가 되살아나는 것은 법령의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사회가 구시대적인 관습에 아직도 젖어있기 때문인것
같다. 정부당국이 가정의례의 행정규제완화문제로 갈팡질팡하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4일 오후 보사부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가정의례제도개선에
관한 공청회"에서 서울대의 차재호교수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장례나 결혼식이 있을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막대한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사회에서 경조사때 축의금이나 부조금을 전달하는 것은
"상부상조"라는 경제적 측면과 "동고동락"한다는 정신적 유대감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었다. 그러던 것이 "투망식 초청"이 되어 "납세고지서"라고까지
불리게 된것은 근본정신은 실종된채 자기과시의 기회로 이용하려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차교수는 이같은 현상을 사회심리학적으로 "권력에대한 욕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치판에서 보듯하는 "세몰이"현상은 직위나
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위세를 괄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그같은 현상의 1차적책임은 초청자쪽에 있지만 초청받은쪽
에서도 자신의 인맥과 사회적 연결을 다지고 넓히려 한다는 의미에서
2차적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리사회의 병폐현상은 60년대부터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군사문화의 유산이라고 할수 있으나 문민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일조에
없어질 성질의 것도 아니다. 문제는 정치의 행태에 있으며 특히 우리사회
지도층의 의식개혁에 있다고 생각된다.

가정의례법령은 권위주의체제에서나 가능했던 "물리적 처방전"인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성급하게 완화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닐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