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왜 웃는 거야?그럼 안돌아올 작정인가?" "마쓰코,내가 내일
뭘하러 가는지 잘 알잖아. 그러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어머,그럼
안 돌아온단 말이야?"
마쓰코도 바짝 심각해진다.

"돌아올수 있을것 같애?생각해 보라구" "어머어머,안돌아오기로 작정을
한사람 같네. 어째서 돌아올수 없다는 거야?결혼을 했으니까,어떻게
해서든지 돌아와야 되잖아" "그게 마음대로 되나" "마음만 먹으면 안될게
뭐있어" "내 얘길 들어보라구. 우리쪽은 열일곱 사람이야. 그런데
이이나오스케 쪽은 몇사람인지 알아?" "몇 사람인데?" "오십명이 넘는다
그거야" "어머,정말이야?"
마쓰코의 두눈이 휘둥그래진다. 두려움이 가득한 그녀의 커다란 눈을
보자,지사에몬은 곤혹스러운듯 목소리를 현저히 가라앉혀서 차분하게
말한다.

"아침에 등청을 하는 현장을 한번 봤어. 우리 거사 본부에서 지시가
있었거든. 그저께 밤에 내가 집에 안들어왔었잖아. 같은 돌격조의
동지들과 함께 자고,아침에 에도성 앞에 가보기 위해서였어. 본부에서
날짜를 따로따로 잡아 지시를 내리는대로 다른 조의 동지들도 다 한번씩
현장엘 가봤다구. 그래야 거사할때 일이 잘될거 아니겠어?안그래?"
마쓰코는 대답이 없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다.

"보니까 글쎄,이이나오스케의 호위병이 오십명이 넘는 것 같더라니까.
오십명이 넘는 적을 열일곱 사람이 상대해야 하니까,살아남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거지" "도망치면 될거 아니야" "물론 도망쳐야지. 그러나
처음부터 도망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구. 그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이이나오스케를 죽이겠어. 도망을 쳐도 이이나오스케의 목을 자른 다음에
도망을 쳐야지" "오십명을 상대로 이길 자신이 없으면 도망쳐야지 뭐.
이기지도 못할 걸 끝까지 덤비다가 죽으면 무슨 소용이야. 개죽음이지"
"개죽음이라니,비겁하게 도망치는 것보다 차라리 떳떳하지. 나는 더구나
돌격조니까 도망쳐서는 안돼. 돌격조가 도망치면 그럼 이이나오스케의
목은 누가 자른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