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독립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또다시 쟁점으로 부각될 것인가.

민자당이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보장하기위해 한은법개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무부 한은및 금융계는 민자당의 진의가 무엇인지,또
수면위로 부상할 중앙은행독립논의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
불안반,기대반으로 주시하고있다.

민자당이 거론한 개선안중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재무장관이 맡던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장을 한은총재가 맡고 한은조직인 은행감독원을
재무부로 넘긴다"는 내용. 이는 중앙은행독립과 관련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인데다 지난 88년말 중앙은행독립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을때 당사자인
재무부와 한은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을 불러일으켰던 사안이기도 하다.

한은법개정안문제를 거론한 장본인은 민자당의 서상목의원. 그는
이문제가 재무부와 한은에 섣불리 건드리기 어려운"뇌관"과 같은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질것으로 예상되자 31일 기자들과 만나 "사견이다. 아직
당론으로 결정되지않았다"며 일단 발을 뺐다. 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중앙은행독립문제를 제기해놓은 만큼 서의원의 발언이 불씨가
될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한은은 민자당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자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자당이 거론한 은행감독원의 분리가 한은으로부터 권한을 빼앗는 꼴이
된다는 점에서 우선 반길 분위기가 아니다.

한은이 당혹해하는 이유는 민자당이 거론한 내용에 대한 불만때문만은
아니다. 내용도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중앙은행독립문제가 표면화되는 것
자체를 저어하는 분위기다. 직원들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지난
88년말에도 이 문제로 재무부와 소모전을 벌이다 시피 진을 뺐을뿐 성과가
없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탓인지 한은법개정문제를 여론화하고
싶어하지않는다는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많은 힘을 쏟아야하고 한은뜻대로 되지않을
가능성도 높기때문에 지금은 관행 개선을 통해 중앙은행의 중립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할때라고 말하고있다.

재무부는 민자당안에 비교적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있는데도 공식적인
논평도 하지않고 또 어떤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정하지도 않고있다.
이날 홍재형재무장관은 서의원과 전화통화를 갖고 아직 당론이 아님을
확인했고 이환균제1차관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중앙은행위상등
금융관련 근본제도 보다는 경제회생방안등을 논의할 시점"이라며
즉각대응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도출되든 논란과정에서 예전처럼 서로가 대립할경우
또다시 집단이기주의로 비쳐져 재무부 한은모두가 상처를 입을 소지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마치 고수들이 사생결단의 벼랑에 서있지
않은한 진검대결을 피하려는듯한 양상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대선때 금통위위상제고를 통한 중앙은행독립성보장을
약속,임기중 이를 다룰수밖에 없고 정부의 개혁을 제도로 뒷받침할 민자당
경제특위에서 이를 추진할것으로 알려지고있다. 당장 도마위에 오르지는
않더라도 언젠가 최소한 임기내엔 피할수없는 해결과제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위상문제는 전반적인 경제선진화와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이나 공개적인 여론수렴과정을 거치지않고 섣불리 손댈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