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유중희수출진흥과장(39)의 하루일과는
새벽4시20분부터 시작된다.

4개월째 해오고있는 신문배달로 아침을 열고있다.

배달차량이 내려놓고간 한국경제신문 조선일보등 3백여부를 챙겨 자신이
살고있는 분당청구아파트인근지역에 모두 돌리다 보면 시계는 5시반을
가리킨다.

잉크냄새가 채 가시지않은 신문을 배달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2월.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이웃에 봉사할수있는 길이 무엇일까 궁리해본 끝에
찾아낸 아이디어다.

새벽에 뉴스를 전하는 봉사활동에 보람을 느끼는데다 건강에도 좋고
부수입도 올릴수있어 일석삼조다.

오전7시30분 출근길에 오르면서 또한번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한다.

87년형 중고흰색스텔라(경기1누3290)에 직장이 있는 서울서초동방향과
지하철양재역쪽으로 가는 이웃주민 3~4명씩을 함께 태운다.

"남다른 봉사정신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이웃을 위하는길이 자신을
위하는 길이겠지요"평범한 생활관이다.

이렇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유과장의 성격은 자신의 업무처리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자동차부품업계를 위해 하루에 한 가지라도 봉사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업무스타일이다.

밤새 미주 중동 동남아등 세계 각국에서 날아든 팩시밀리 용지가 그의
책상에 수북히 쌓여있으면 아침부터 신바람이 난다.

외국바이어 방문건,부품제작업체 추천요청서,제품설명서요청서류등을
회원사에 연락 처리해주다보면 점심식사할 시간도 잊기 일쑤다.

"정부가 업계(환자)의 병을 치료해주는 의사라면 제 일은 환자를 의사에게
데려다주고 보살펴주는 간호사 역할입니다"
유과장은 지난75년 신진공고(자동차과)를 졸업,현 직장에 입사한뒤 18년간
일해온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산업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우리가 수입하던 부품을 하나씩 국산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동차부품산업이야말로 경제력의 상징이란 말을 실감했지요"
유과장은 우리나라 자동차부품의 기술수준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단가가 높아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때문에 회원업체와 외국바이어가 상담을 하다가 가격결정문제로 계약을
서로 포기하는 것을 볼때마다 안타깝다고 유과장은 말한다.

그는 자신의 가족이 살고있는 47평형 아파트가 과분하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비록 운좋게 당첨되는 바람에 12년간 살던 집을 팔고 신도시아파트로
이사왔지만 서민에겐 맞지 않아 거주의무기간(3년)만 지나면 작은 평수로
이사하기로 가족회의에서 합의를 봤다.

"저같이 우직하고 고리타분하게 사는 사람들은 무시당할 때가 많지요"
그는 요즘 떠들썩한 고통분담 얘기를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민 모두가 동참하게 될때 우리 사회는 더욱 성숙될 것이라는 얘기다.

유과장이 퇴직후 하고싶은 일은 택시운전기사나 우편배달부다.

이웃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역출신 퇴직자가 그동안 다녔던 회사의 경비로 촉탁근무한다는
기사를 읽고 감명을 받았었습니다"
직업을 바꿔서라도 평생봉사의 길을 걷겠다는 유과장.

그는 자동차부품 2만여개중 한개처럼 우리 사회에서 없어선 안될 그러한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정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