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지난21일 "대노"는 여러측면에서 그 효과가 감지되고
있다. 슬롯머신사건과 동화은행비자금사건의 수사가 국민들에게 축소및
은폐되고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대한 대통령의 호된 질책은 주말인
22일 우선 검찰의 분위기부터 달라지게 했다. 진부하고 각본에 짜인듯한
수사가 돌연 활기를 띠는가하면 의혹부문을 파헤치겠다는 의지도 한결
단호해 보였다. 대통령의 "진노"는 역시 그힘과 권위가 실려있음을
실감케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적인 "국면전환"과는 달리 경제계의 반응은 다소
미묘한것 같다. 성역없는 부패척결을 강조한 대통령의 의지에 의구심이
있어서가 아니다. 대통령의 21일 발언내용중 "부패척결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시각은 전혀 잘못된 것이다"라는 표현이 강경한 어조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경제와 사정이 양자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가 이런식으로 표출된것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 지난4월12일 천용택비상기획위원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자리에서 대통령은 최초로 이와같은 말을 했다. 이때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기위해서라도 경제성장의 장애요소들은 과감히
수술해야한다"며 단호한 경제개혁의지를 내비쳤다.

잘 알려진대로 김영삼대통령은 취임초부터 "경제회복"과 "부패척결"에
가장 역점을 두어왔다. 국정의 양대 축으로서 이 두가지 과제는
기회있을때마다 강조되곤했다. 이들 과제에대한 대통령의 무게중심도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 측근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지난4월12일의 발언이후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정의
무게중심이 "경제"보다는 일단 "개혁"쪽으로 옮겨가고 있는것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21일의 발언이후에는 이같은 중심이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관심이 다소 후퇴되고 있는게 아니냐는 느낌은
사실 청와대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우선 측근들의 언행이 그렇다. 많은 비서관들은 기업비리에대해 최근들어
더 부정적으로 비판하며 기업사정에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고있다. 경제가
일시적으로 위축되더라도 이기회에 기업비리를 척결하지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성향은 문민대통령의 가신그룹들에서 더욱 강하다.

그동안 경제계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적극 앞장서온 경제비서실도
요즘들어서는 "기업옹호"에 소극적이란 느낌을 준다. 대기업그룹 총수들의
청와대 초청건으로 재계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점과 관련,한 관계자는
"아직도 대통령을 만나고 안만나는데에 신경을 쓰는 자체가 스스로
각성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비서실의 이같은 반응은 경제회생에 앞서 기업비리척결,즉
개혁사정우위로 돌아선 김대통령의 태도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경제계에서는
보고있다.

<>.그러나 경제계의 이런 "우려섞인 분석"에대해 김대통령의 측근들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일축한다. 경제비서실의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경제와 부패척결이 한데묶여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임을 늘
강조해왔다"고 전제하고 부패척결에 대한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는 곧
경제회생을 위한 전제조건의 충족이란 측면으로 이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하루하루 일정을 놓고봐도 경제에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고
속단할수 없다는 느낌이다. 취임이래 지금까지 일정중 거의 3분의1은
경제관련사항으로 메워져있다. 지난주만해도
신경제1백일계획중간점검보고대회를 직접 청와대에서 주관했는가하면
언론사 경제논설위원 동남아중앙은행총재등 경제계인사들과 자주 접촉했다.
생산현장 방문이라든지 경제계인사를 초청해 얘기를 듣는 계획도 앞으로
끊이지 않으리라는것이 청와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와관련,박재윤경제수석은 "대통령에게 경제분야 행사참여를 건의했을때
이를 받아주지않은 기억이 없다"며 "역대 어느대통령이 경제분야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느냐"고 반문했다.

경제에 관한 대통령의 관심정도는 따지고보면 논란거리 자체가 못될수도
있다. 그러나 오랜 개발독재시대에 길들여진 우리 재계는 여전히 청와대의
의중을 헤아려야 마음을 놓는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과
그측근들의 언행은 그만큼 여러갈래의 해석을 낳을수있고 기업인
"기업의욕창출"과도 직결될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