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삼탁병무청장이 슬롯머신계의 대부이며 폭력조직의 자금원으로 밝혀진
정덕진씨의 비호세력으로 마침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엄씨와 폭력조직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잡음이 있었다.
지난 90년 폭력조직 서방파두목 김태촌씨(복역중)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
에서도 당시 안기부 기획조정실장이던 엄씨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당시 수사관계자들에 따르면 89년말경 김씨가 제주 서귀포 KAL호테 슬롯
머신업소의 영업권을 빼앗으려 하는 과정에서 엄씨가 김씨에게 압력을 넣
어 빼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
이에 김씨는 도리어 엄씨에게 "내일을 방해하면 당신의 비리를 폭로하겠
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당시 사정기관이 진상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결과
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씨 수사에 관여했던 한 검찰관계자는 "엄씨와 김씨가 여러차례 만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엄씨는 안기부에서 `건달들의 관리''를 담당하
면서 자연스레 조직 폭력배들과 접촉이 잦았다는 것.
그 과정에서 김씨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엄씨는 17일 현재까지도 정덕진씨나 김태촌씨와 일면식도 없다며 이들과
의 관계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의 동생 덕일씨(수배중)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90년 우리형
제들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당시 둘째형(덕진씨)이 엄씨에게 `세무조
사가 중단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덕일씨는 또 "엄씨가 그뒤 둘째형을 만나 `잘 안될 것 같다''고 말해 형
이 다시 `대통령 측근인 P의원이라도 동원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
다.
엄씨는 통일민주당창당 방해사건으로 구속된 적이 있는 전 호국청년연합
의장 이승완씨와도 교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이에 대해 "체육부대장 시설 이씨가 운동시합에 선수들을 데리고
참가해 안면이 있는 정도"라고 밝히고 있다.
엄씨는 대구 K대사대를 졸업하고 65년 ROTC 3기로 임관, 학군장교들 사
이에서는 단연 선두주자였을 뿐만 아니라 육사출신 선두주자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진급했다.
엄씨는 특히 5공이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는데
젊은시절 씨름꾼으로 전 전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와 절친했던 인연이 계
기가 됐다는 것.
엄씨는 87년 장군진급후 체육부대장 육군종합행정학교장 등을 거쳐 89년
현역군인 신분으로 안기부장 보좌관으로 들어가 바로 그해 소장으로 진급
하고 이듬해 기획조정실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