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서울"의 한자표기를 수이로 확정할 모양이다. 그이유는 이
표현이 발음에 있어 "서울"과 비슷하고 우두머리를 뜻하며,"서울"과 같은
두글자여서 좋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까지 순한글로만 쓰고있는
"서울"은 같은 한자사용국 사람들에게는 적지않은 혼란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 "서울"에 한자이름을 붙여주겠다는 생각에 나는 찬성이다. 가끔
일본에서 오는 편지에는 다른 부분은 한자로 쓰다가 "서울"부분은 영어로
SEOUL이라 표기한 경우가 있는가하면,어떤 이는 친절하게 한글을 흉내내어
베껴 보내다가 "서울"을 "거울"로 그려놓은 경우도 있다. 물론
중국학자들이 보낸 편지는 모두 한성이란 그들식의 표기가 붙여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을 "수이"로 정한다는 것은 얼핏 일리있는
듯하지만,따지고보면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매도 당해도 할말이 없다는
생각이다. 중국사람들 발음을 위해서 우리발음과는 멀리 떨어진 한자를
고른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수 없다. 수이는 중국발음으로는 "쇼우얼"쯤이
되어 우리발음에 비슷해지지만 우리발음으로는 "수이"가 될 뿐이다.
하물며 일본도 같은 한자 문명권인데,일본인들의 발음으로는 "슈지"가 될
뿐이다.

"서울"을 한자로 표시하고 싶다면 당연히 우리 발음으로 "서울"이 되는
한자를 먼저 고를 일이다. 그 다음에나 중국인과 일본인들에게도 가깝게
발음되게 신경을 쓸일이다.

그런데 서울시는 정확히 거꾸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모양이어서 안타깝다.
원래 우리말 "서울"은 신라의 수도를 가리키는 말 "서라벌"(서라벌),그리고
백제의 수도였던 "소부리"(소부리,부여)등에서 기원한 수도를 가리키는
보통명사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서울의 한자를 고를 때는
우선 "서라벌"에서 서자를 한자 따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상서롭다는 뜻에서 서를 골라도 좋고,울창하다거나 솟아오른다는 뜻에서
울이나 울을 골라도 좋을 것같다.

"서울"을 서울,서울,서울,서울.어느 것으로 표기하거나 중국인들은
"쉬유우" 또는 그와 유사한 발음을 하게될 것이고,일본인들은
"조우쓰""제이우쓰""쇼우쓰"등으로 발음하게될 것이다.

어느 한자를 골라도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서울"을 한국인이 제대로
알아들을 정도로 바르게 발음할 길은 없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우리가
읽을 때만은 분명하게 "서울"이 되는 글자를 고르면 그만이 아닌가. 한자
문화권의 중국인과 일본인들을 위한 일이 그리도 하고 싶으면,당장 급한
것은 그들 관광객을 위해 거리에 순한글로만 써있는 안내판을 한자로 고쳐
나가는 일이다. 우리의 국제화,한자 교육,그리고 관광 수입을 위해 그런
일은 하루가 급하다.

한자는 더욱 널리 사용되고 교육되어야 한다. 지금 처럼 자꾸 한자
사용이 줄어들어 전국민이 한글만 쓰게 되는 날 우리민족의 장래는 아주
어둡게 될 수 밖에 없다. 한글은 세계 어느 문자보다도 뛰어난 글자임이
분명하다. 또 한글 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든지 우리 끼리의 의사 소통을
훌륭하게 해 갈 수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세계는 한자 문명권이 지배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럴
경우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전달 수단인 한자를 포기한
민족의 장래란 어떤 것이 될까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한자는 다시 적극적으로 교육되고 사용되어야 마땅하다. 도로
표지판도 조금씩 한자로 바꿔갔으면 좋겠고,"서울"의 한자 이름 작명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한자 사용은 우리 자신을 위한 노력이지
중국인을 위한 한자 사용이 아니다. 서울은 "수이"(수이)가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