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동남아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남아국가들의 임금이 그동안 크게 상승함에 따라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12억 중국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작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최근들어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양국간에 전에 볼수 없었던 "새로운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민지경험으로 일본의 진출에
거부감을 보였던 중국이 지난해 아키히토 일본왕의 중국방문을 계기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기사를
요약한다.

일본기업들이 중국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50년대부터다.
당시 이토추상사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중국에 비밀유령회사를 설립
운영했었다. 72년 일본총리가 중국을 방문하기 6개월전에 이토추상사
사장이 밀사로 중국에 들어가 사전 정지작업을 했다.

80년에는 동경은행이 외국은행으로서는 최초로 북경에 사무소를
개설했고,82년에는 노무라증권이 사무소를 설치해 중국이 처음으로 발행한
해외채권의 주간사를 맡았다.

79년 등소평의 경제개혁을 가장 열렬히 지지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80년
일본은 중국에 대한 경제원조를 시작했다. 지난 13년간 일본이 약속한
대중국차관은 3조3천억엔,달러로는 3백억달러에 이른다. 중국에 대한
외국의 경제원조중 절반이 일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이 중국석유산업의 자금줄역할을 하기 시작했으며 천안문사태로 외국의
원조가 끊겼을때 가장 먼저 원조를 재개한 나라도 일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양국간의 경제관계는 중국이 관세장벽을 높이고 각종
무역장벽을 쌓으면서 냉각되기 시작했다. 각종 규정의 애매모호한 적용과
사회적 안정에 대한 불안이 일본기업의 중국진출을 가로 막았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이 전쟁경험으로 인해 일본기업을 따뜻한 눈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일본기업가들은 얘기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기업들은 미국 대만 홍콩 화교투자가들이 중국에 들어갈때
중국진출을 유보하고 동남아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전환점은 지난해 10월에 왔다. 아키히토일왕이 중국을 방문,과거에 대한
유감표명을 하면서 양국은 우호적인 정치 경제관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1천8백개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일본기업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엔고로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고 동남아의 임금도 크게 올라 중국 이외에는 선택이 없다고
강조한다. 아시아의 생산네트워크에 중국공장을 포함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4월 도시바는 중국에서 텔레비전 화상튜브부품생산을 시작했다.
이부품은 태국공장에서 화상튜브를 만드는데 쓰여지고 이화상튜브는
싱가포르공장으로 가서 최종 텔레비전으로 조립된다.

올들어서도 거의 매일 일본기업의 대중국투자가 발표되고 있다. 이들의
최종목표는 12억인구에 물건을 직접 파는 것이다. 중국에서
일본기업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은 1905년 노일전쟁후 일본이 차지했던
항구도시 대련이다. 대련항의 교역중 40%는 일본과의 거래다. 또
외국인투자의 40%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일본말을 할줄
알아 기업경영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일본식 가라오케도 있고
술집여자들은 일본노래를 곧잘 부른다.

일본기업들은 통산성주관아래 올11월 대련항에서 특별산업공원을 오픈할
계획이다. 1백여개의 기업들이 참여,앞으로 몇년간 이프로젝트에
6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관리들은 처음에 이계획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찬성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는 과거,현재는 현재"라고 대련시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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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최완수특파원]